‘연기본좌’ 김명민(44)이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감독 권종관·6월16일 개봉)를 부친다. 형사 출신 사건 수임 브로커 필재가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 범인인 사형수 순태(김상호)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은 뒤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내용이다.

 

■ 처음과 달라진 ‘특별수사’

김명민이 주도하는 범죄수사극과 김상호가 이끄는 부성애 드라마로 두 축을 삼은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원래 제목은 ‘감옥에서 온 편지’였다. “애초엔 드라마가 탄탄하고 감독님의 메시지도 담긴 이야기를 그려보자 했다. 원제는 서정적이며, 내용에선 부성애를 강조하며 묵직한 부분들이 많았다. 약자들의 정의 구현보다는 휴먼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완성된 걸 보니 무거움이 많이 상쇄되면서 사회적 시류를 타는 쪽으로 간 듯하다. 가벼워지다 보니 드라마 구도가 통쾌한 한판승이 됐다.”

 

■ 군림하는 어시스턴트 필재

영화는 브로커 필재와 변호사 판수(성동일) 아재콤비가 특별수사를 하며 답답한 속을 뻥 뚫어준다. “필재는 군림하는 어시스턴트다. 내가 깔아놓은 판에 판수는 와서 행동만 한다. 누명을 쓴 뒤 경찰서에 취조 받는 상황에서 동일이 형이 등장해 ‘우리 의뢰인한테 상처 소독해줬어요?’ 할 때 변호사 느낌이 확 나며 멋있었다. 든든했고.”

 

■ 소설 쓰며 만든 캐릭터 전사

배우가 항상 역할을 맡으면 그가 어느 곳에서 자랐고, 누구와 생활했고 등 전 과정을 고민한다. 시나리오에 설명되어지는 부분은 한계가 있어 관객을 충분히 납득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인물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게 습관이 됐다. 왜 모범경찰에서 속물 브로커가 됐는지, 어떤 이유로 동현(김향기)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지를 알고 가야한다. 행간을 만들어내는 건 배우의 의무다.”

■ 날아간 편집장면

전과자 아들 출신으로 형사가 됐던 필재가 자신을 옷 벗게 만든 동료 형사에 대한 개인적 복수심에서 벗어나 살인사건을 파고드는 계기가 명료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포인트 부분이 편집에서 날아갔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원망했던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를 할아버지로부터 건네받자마자 벅벅 찢어버린다. 그러고 나서 ‘사랑하는 아들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홀로 읽는 장면이 있었다. 심경의 변화 계기를 드러내나 전체적 흐름에선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아 감독님과 합의 끝에 들어냈다.”

 

■ 국가대표 올림픽 출전팀

위로는 신구 김영애 김뢰하 성동일 김상호 이문식, 동년배로는 박혁권, 아래로는 김향기 등 세대별 명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리액션만 하면 됐다. 김영애 선생님의 나긋나긋하게 사람을 짓누르는 목소리와 표독스러움은 소름이 끼쳤다. 신구 선생님 아니었으면 누가 그 짧은 역할을 힘 있고 존재감 있게 해냈을까. 향기는 순수함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있다. 마담처럼 이 사람 저 사람 모신 기분이다. 올림픽 출전팀처럼 실수를 하더라도 곳곳에서 다 막아줬다.”

 

■ 코믹연기 비결

김명민은 진지한 정극뿐만 아니라 코믹연기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베토벤 바이러스’와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번에도 중간중간 코믹본능이 흐른다. “코믹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안 웃긴다. 호흡을 들켜버려서 그 순간부터 망한다. 연기의 장르를 나누긴 애매하므로 역할에 맞게 진지하게 연기하는 게 나의 접근 방법이다. 지금도 배우를 계속 하고 있는 거 보면 그런 호흡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평소에 유머와 위트가 많은 편이다.”

■ 감독과 티격태격

예상을 뛰어넘어 액션장면이 꽤 많으며 임팩트도 강하다. ‘액션배우 변신’ 수사가 나올 만할 정도다. “처음 감독님께서 ‘우리 영화는 드라마가 우선시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액션신을 엄청 길게 공들여서 찍었다. 처음 시나리오보다 액션분량이 많았고, 센 액션들이었다. 목 졸리는 장면에선 죽는 줄 알았다. 울컥해서 감독님과 면담하며 ‘이러다 배우 죽이려고 하느냐’고 어필하니 사과하시더라. 몽둥이로 두드려 맞는 장면에선 주변이 어두컴컴해서 내가 나오지도 않는데 다섯 테이크를 갔다. 감독님을 재소환해 재발 방지 다짐을 받았다. 하하.”

 

■ 사이코패스 원츄

‘연기신’ 김명민이 소화하는 사이코패스는 어떤 색깔이 될까. 도전하고픈 캐릭터로 콕 집었다. “소시오패스든 사이코패스든 해보고 싶다. 역할을 맡으면 관련 서적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졌다. 역할이 가진 아픔과 고통이 크면 더 많이 들어가게 되고, 어떤 경우는 머리까지 푹 담근다. 그러면 회복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더라. 배우가 표현하는데 동원하는 무기는 신체다. ‘내사랑 내곁에’(2009)의 경우는 루게릭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남자가 본질이라 극한의 감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캐릭터는 다시 안 할 거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