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 이어서.

에세이집 '괜찮은 척은 그만두겠습니다'의 저자 한재원(27)씨는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옛날 좌우명이 '최선을 다하자'였다는 한씨는 매일 스스로에게 "오늘도 열심히"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고 고백했다.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걸 독자분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우리에게도 게으른 휴식이 필요해요. '열심히'만 외치는 사회에 지친 분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괜찮지 않다는 말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거든요. 그렇게 말할 용기도 있어야 하죠. 자신의 괜찮지 않은 점을 숨길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한때 우울증을 겪기도 한 그는 자기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도 비슷한 아픔을 겪는 친구들을 종종 봤다고 전했다. 한재원 작가는 "다들 피로할 수밖에 없는 사회"라고 현시대를 바라봤다.

"전 스스로에 대한 이상이 높은 편이에요. 만족을 위해 심하게 노력했어요. 처음엔 성취하면 만족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게 반복되니 힘들더라고요. 성취와는 별개로 사람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죠. 기쁨은 아주 잠깐 맛보고 또 다른 성취를 향해 달려가야 하거든요. 그러면 성취를 한 사람이든 못 한 사람이든 다 피곤해져요."

 

 

최근 '미투' 운동이 활발한 가운데 한재원씨 역시 페미니스트로서 공감과 연대의 뜻을 내비쳤다. 한재원씨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페미니스트로서의 자아를 여러 번 드러낸 바 있다.

"제 책 제목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관습이나 관행으로 여겨지던 것들, 원래 그렇다고 했던 것들에 대해 '프로불편러'가 돼야 하죠.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페미니즘에 관해서는, 그 개념을 몰랐던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여자니까 회장이 아니라 부회장을 하라고 하면 기어코 회장을 하고야 마는 아이였어요."

그는 작년, 성추행을 당해 재판까지 가기도 했다. 한씨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출퇴근 길 자체가 여자로서 공포였던 시기에 그런 일을 당한 게 끔찍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변호사님을 통해 합의를 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절대 싫다고 했죠. 제가 원한 건 법의 판결이었으니까요. 변호사님이 여성분이었는데, 잘 도와주셨어요. 그냥 참고 넘어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괜찮지만, 불편하고 분노한다면 당연히 거기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미투 운동을 보면 참담하고 가슴 아프면서도, 서로가 연대하고 용기를 내는 걸 보면 더 나은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야만 하고요."

'괜찮은 척은 그만두겠습니다'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꼭지로 '나가주세요', '게으른 휴식', '그냥 불편해서요'를 꼽은 그는 앞으로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회자 규정하는 게 틀렸다면 그걸 자각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는 한재원 작가는 웃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지중근(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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