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만 해도 ‘미투 캠페인’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불과 두어 달 만에 초등학생들도 ‘미투’의 의미를 알 정도가 됐습니다. SNS와 뉴스를 통해 사회 전반으로 ‘미투’에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연예계와 문화계의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성추문 폭로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굵직한 원로들부터 중견 배우들까지 다양한데, 그 중 지금 가장 비난받고 있는 사람 하나만 꼽자면 배우 조민기일 것 같습니다.

조민기는 자신이 재직하던 대학의 학생들을 추행했다는 폭로에 대해 “격려였다”고 답하는 등 잘못된 초반 대응을 했고, 결국 여러 피해자들이 나오고 대학생들의 성명까지 있고 나서야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그의 경우 방송 프로그램에서 딸과 아내의 모습까지 공개하며 지극한 사랑을 표현하는 젠틀한 아빠의 이미지까지 쌓아왔기에 대중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이른바 ‘조민기 카톡’이 공개되면서 비난에 정점을 찍었습니다. 피해자 중 한 명과 주고받은 그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웬만한 음란물의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옮기기도 낯뜨거운 표현들은 물론,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충격파가 더욱 컸습니다. 포털 사이트 댓글도, 각종 온라인 게시판도 ‘이중적인 인간’, ‘가족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린 쓰레기’라며 조민기에 대한 비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조민기의 카톡 내용은 과연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뉴스였을까요?

‘조민기 카톡’의 내용을 찾아보려고 시도하면, 자연스럽게 평소에 굳이 접하지 않아도 될 과도하고 선정적인 표현을 아주 많이 읽게 됩니다. 그 카톡의 내용이 다가 아니라, 카톡 내용의 핵심을 ‘임팩트 있게’ 전달하기 위한 압축적인 표현과 패러디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선정적입니다.

이런 뉴스가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판에 박힌 이야기도 굳이 필요없습니다. 과연 이것이 ‘뉴스’를 찾아보는 일이 맞나 고민하게 될 정도로 온갖 자극적인 표현이 난무하고 있는 관련 글들은 어른에게도 ‘유익’할 리 만무합니다.

배우 조민기는 이번 성추문으로 오랫동안 커리어 면에서 암흑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의 ‘건전하지 못한’ 메시지 내용을 돌려 보고 곱씹으며 "몰랐는데 그 사람 진짜 나쁜 사람이야. 그 카톡 좀 봐"라고 모두에게 말할 필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달리 여러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고, 수 차례 부정했지만 결국은 잘못을 인정했다는 건조한 표현으로도 필요한 사실들이 충분히 다 전달될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지금 이 글조차 ‘조민기 카톡’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불러오는 게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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