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는 중요하다. 승리를 위해 선수들은 피 땀 눈물 쏟아가며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다. 관중은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하지만 가끔 승패를 초월하는 순간이 있다. 응원하는 선수(팀)이 패배했을지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는. 6일 밤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전이 바로 그런 장면이다.

한국은 브라질에 세트스코어 0-3(16-25, 16-25, 16-25)으로 패했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재현한 한국은 꿈에도 그리던 결승 진출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끝까지 투혼을 보여주며 ‘세계 2위’ 브라질에 당당하게 맞섰다.

중심에는 주장 김연경이 있다. '세계 최고 선수' 호칭에 걸맞게 공수 모두 소화하는 만능 플레이어 능력을 입증하는가 하면 동료들을 질책하며 집중력을 높이고, 한껏 칭찬하며 사기를 올리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선수들은 주전부터 백업 멤버까지 간절함으로 똘똘 뭉쳐 서로를 믿고, 긴밀하게 호흡하며 '원팀'을 완성했다.

다른 인기 구기종목들이 부진한 가운데 관심권 밖이었던 ‘세계 14위’ 여자배구는 계속 기적을 만들어내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썰렁한 경기장을 휘감는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란 김연경의 포효에 울컥해진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 축덕, ‘배알못’ 사람들조차 채널 고정하게 만들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한국과 브라질 경기 실시간 시청률은 34%대(시청률 조사회사 ATAM 기준)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모두 ‘원팀’을 내걸었다. 하지만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찜통더위 날씨 못지않게 답답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1~2위를 다투는 이재명-이낙연 후보 사이에는 적통·탄핵·지역감정 등을 둘러싸고 날선 비방과 마타도어가 난무한다.

제1야당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야권 1위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습 입당을 두고 ‘당대표 패싱’ 논란이 일더니 일부 대선후보들의 당 행사 불참을 놓고 지도부와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진다.

또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검찰-감사원 수장 자리를 중도에 박차고 나와 대권 도전을 선언한 '사법 엘리트'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각각 ‘1일 1구설’ “공부하겠다”는 행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 비전 제시 없이 부족한 정책‧현실인식만 고스란히 드러낸 채 일단 ‘국가 경영’을 해보겠다고 욕심내는 꼴이다.

오랜 시간 국내외 경기를 뛰며 세계 최고가 된 베테랑 선수는 자신에 대한 믿음, 최선을 다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어 누가 뭐래도 거리낄 것이 없다. 구구절절 변명, 남탓 하지 않는다.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거세도 중심을 잃지 않고 실력을 증명해왔다. 말하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긍정적이면서 효능 만점이다. 팀원들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만든다. 코트 위의 강력한 리더십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진정한 ‘리더의 품격’을 과시하고 있는 카리스마 작렬 ‘식빵언니’의 실력과 당당함,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 지도자의 모습도 이런 게 아닐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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