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재난영화 장르는 흔히 오락영화로 여겨진다. 재난이라는 것이 언제나 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대개는 남의 일로 치부되는 까닭에 한 발짝 떨어져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재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온리 더 브레이브’(감독 조셉 코신스키)에 기대되는 지점도 오락성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재난극복서사의 재미보단, 현실을 담고 있다.
 

영화 ‘온리 더 브레이브’는 2013년 6월 애리조나주 야넬 힐에서 일어났던 초대형 산불을 모티브로 재난의 최선봉에서 치열하게 산불에 맞선 그래닛 마운틴 핫샷 팀의 사연을 조명한다. 설명만 들었을 때는 단순히 핫샷이 어떻게 산불을 제압하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그저그런 재난영화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장르규칙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지점을 향해 널찍한 걸음을 걷는다.

‘온리 더 브레이브’는 오프닝부터 간결하고 명확하다. 대개의 영화에서 오프닝은 극 중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작품의 오프닝에서 밝히는 건 딱 세 가지다. 숲을 뒤덮고 있는 거센 불길의 공포, 산불을 제거하는 소방대원의 프로페셔널한 면모, 그리고 산불이 났다는 소식에 담담히 짐을 챙기고 가족들과 출근인사를 나누는 프레스콧 소방서 산불 진화대원 에릭(조시 브롤린)의 모습이다.

이처럼 영화는 오프닝에서부터 무엇보다도 소방관들의 일상을 강조한다. 이후에도 재난영화 특유의 스펙터클보다도 그들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산불진압팀이었던 에릭의 ‘크루 7’이 재난에 앞장서고 현장 지휘권을 가진 정예팀 ‘핫샷’(보수도 더 좋다)으로 대우 받기 위해 분투 서사가 러닝타임 절반 가까이 이어지고, 그 중간중간 팀원들의 일상 에피소드가 나열돼 있다. 여기까지는 언뜻 재난영화라기 보단 소방관들의 일상 드라마처럼 여겨진다.

이 부분은 소소한 재미가 넘치지만, 사실 재난영화 특유의 위기감에서 오는 극적흥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지나가면서 이 소소함은 곧 더 커다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꾸미는 멋진 서사장치로 변모한다. 재난 상황에서 ‘영웅’으로 불리는 소방관들도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키며 공감을 더한다.

그렇게 몰입하게 된 관객들은 스멀스멀 다가오는 재난과 그에 맞서는 소방관들의 사연을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며 즐길 수 없게 된다. 마치 ‘내 친구의 사연’처럼 그들이 재난 상황 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치열하고도 처절한 감정을 함께 나누게 된다. 그 어떤 재난영화보다 감정적 울림이 상당하다.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되는 건 ‘온리 더 브레이브’가 2013년 야넬 힐 화재 참사라는 비극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강렬하게 꾸미는 감정적 울림은 재난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오락으로 소비하고 있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며, 동시에 5년 전 화재로 목숨을 잃은 소방관들에 대한 추모를 목적으로 한다.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희생자들의 사진과 이름을 나열한다. 이는 마치 극장 밖으로 걸음을 옮기는 관객들에게 “잊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미소를 짓고 있는 화면 속 그들의 얼굴은 내 가슴에 깊게 아로새겨진다. 러닝타임 2시간13분. 12세 관람가. 7일 개봉.

 

사진='온리 더 브레이브'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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