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는 ‘1’도 들어가지 않은 무공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들고 임순례(58) 감독이 극장가로 돌아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남쪽으로 튀어’(2012)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신선한 감각을 담아내 온 임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더 신선하고 시원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임순례 감독이 일상에 치인 청년들에게 위안을 주는 듯한 영화다. 일본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임용고시에서 떨어지고 시골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김태리)이 각양각색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지어 먹으며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는 이야기를 담는다. 늘 “빨리빨리”를 외치는 청년들에게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가슴 따뜻한 울림을 전한다.

“2015년에 영화를 처음 기획할 때 원작을 접했어요. 그런데 사실 너무 일본 색채가 두드러지더군요. 호흡도 굉장히 느리고요. 일본에서 만들어진 영화도 대중적이기 보단 ‘마니아층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해요. 저는 보편적으로 힐링을 느끼는 작품이길 바랐어요. 그래서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분위기를 조금 추가했죠. 사실 태생적으로 상업적인 작품은 아니잖아요.(웃음) 밥 해먹고, 수다 떨고... 그냥 극장에 오셔서 쉬다 가셨으면 해요.”

이런 고뇌 때문일까. ‘리틀 포레스트’는 박스오피스에서도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순수제작비가 15억에 불과한, 작은 영화임에도 많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 감독은 “다 김태리-류준열의 팬덤 덕”이라고 자세를 낮췄지만, 이유는 그것 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주인공 혜원이의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겪는 어려움에 밀접하게 연관이 있지요. 취업이 불안정하고, 또 연애도 불안정하죠. 그 부분에서 관객들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요리가 많이 등장하지만, 일본 작품과 달리 만드는 과정을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지는 않아요. 요리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죠. 다만 그 음식을 누구와 먹고, 어떤 얘기를 나누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건 영화도 그렇고,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지요.”

 

시사회를 통해 미리 영화를 본 임 감독은 “스스로도 힐링을 받았다”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는 “과연 잘 찍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것들이 싹 사라진 채 오직 영화에 폭 빠져들었다고 전했다.

“사실 제가 만든 작품을 관객처럼 보기는 쉽지 않아요. 그런데 ‘리틀 포레스트’는 제가 봐도 행복하더라고요. 특히 혜원이가 봄에 지붕을 고치는 신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이제 완전히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라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음식 중에는 아카시아 튀김이 가장 좋았습니다. 제가 고집해서 넣은 부분이에요. 예전에 한 번 해 먹어본 적이 있었는데, 요즘 젊은 관객들은 아카시아를 잘 아시려나 궁금하네요.”

그간 다양한 작품을 경험해온 임순례 감독은 “유독 이번 현장이 행복했다”고 전했다. 시골, 음식, 동물 등 임 감독이 사랑하는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현쟁 스태프들의 활력도 내내 입가에 미소를 몰고 왔다고 전했다.

“이번만큼 좋았던 현장이 있었을까 싶어요. 우선 스태프들이 굉장히 젊었죠. 아마 대부분 김태리씨 또래 쯤 됐을 거예요. 그러다보니 배우하고 스태프 다 친구 같은 분위기였어요. 또 이번 현장은 한 곳에 가만히 ‘죽치고’ 있잖아요. 바쁜 느낌보다는 놀러가는 느낌이 더 강했어요. 스태프들도 마음의 여유가 있더라고요. 누군가 실수해도 웃으면서 기다려주고, 사계절이나 이어지는 긴 촬영이었지만, 늘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던 것 같아요. 이 에너지가 관객분들에게도 잘 닿는 것 같아요.”

  

‘리틀 포레스트’가 이처럼 행복한 영화로 그려진 건, 배우 김태리의 공이 크다. 임순례 감독은 ‘왜 김태리를 캐스팅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자연스런 매력이 있는 친구가 캐스팅 1순위였어요. 그런 면에서는 여배우들이 층이 두껍지는 않아요. 그런데 김태리씨는 딱 거기에 부합했지요. 당당하고 자기주체적인 여성상이랄까요. 사실 제 선택이라기 보단, 태리씨의 선택이지요. 흥행이 될 만한 장르도 아니고, 원탑 주연이다보니 걱정이 많았을 텐데, 우리 영화를 택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2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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