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는 ‘1’도 들어가지 않은 무공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들고 임순례(58) 감독이 극장가로 돌아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남쪽으로 튀어’(2012)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신선한 감각을 담아내 온 임 감독이지만, 이번 영화는 특히 더 신선하고 시원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감자가 땅에 뿌리 내리듯, 사람들도 각자 자신이 뿌리내리는 토양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임순례 감독 또한 영화를 만들면서 자신의 뿌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다고 전했다. 그녀의 말은 “농사엔 사기와 잔머리가 없다”는 류준열의 대사가 떠오를 만큼 우직했다.

“확실한 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믿음이 있어야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당당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와 더불어 자연도 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공간인 것 같네요. 사실 자연은 인간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거대한 존재니까요. 우리는 늘 공손하고 경외심을 가져야 하는 것 같아요. 섭리와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죠.”

임순례 감독은 영화계에서 가장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터 카라라는 이름의 동물보호단체를 운영하며 동물의 권익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모습은 ‘리틀 포레스트’ 촬영현장에서도 이어졌다.

“동물도 하나하나 다 생명이니까요. 영화에 출연하는 동물들에 사실 다 이름이 있어요. 강아지 이름이 ‘오구’인데요, 구자 돌림으로 달팽이는 달구, 닭은 에구, 벌레는 벌구, 개구리는 개구로 지었어요.(웃음) 그러다보니 다들 동물에 애정을 갖더라고요. 물론 힘들기도 했을 거예요. 특히 여름에 저희 현장에서는 모기나 벌, 매미를 못 잡게 했거든요.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영화에 고기가 나오지 않아요. 제철식재료로 요리를 하다보니까 고기를 시장에서 사온다는 설정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런데, 문득 고기를 하나쯤은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괜히 고기 안 먹는 제 입장만 생각한 것 같아서 민망하기도 했는데, 오히려 스태프들이 반대하더라고요. 덕분에 고기가 없어도 참 맛있는 영화가 됐어요.”

  

동물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임순례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오구에 대한 아주 특별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성견 오구 역을 맡은 ‘진원’이라는 개는 사실 개농장에서 구조한 친구예요. 아주 잘생긴 개지요. 그래서 예전에 ‘내가 영화 찍으면 무조건 진원이가 주인공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된 게 바로 그 녀석이죠.(웃음) 그리고 아기 강아지 오구로 나온 친구도 보호소에서 구조한 강아지예요. 촬영을 마치고 입양을 보내려 했는데, 저희 PD님이 정이 들었는지 본인이 입양하셨어요. 아주 잘 크고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네요.”

영화감독, 동물보호운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임순례 감독에게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청사진을 물어봤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근에 여성감독이 수적으로 늘어났죠. 하지만 아직도 많이 남성위주로 치우쳐져 있어요. 능력의 문제라기 보단, 여성감독이 연출하는 작은 영화가 설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작은 영화지만, 김태리나 류준열이라는 스타와 함게할 수 있었으니까요. 영화계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리틀 포레스트’의 흥행이 1회성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 관객분들이 더 다양한 영화를 즐기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는 게 제 청사진입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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