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만 해도 서른 편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열일'하는 배우다. 20대를 쉬지 않고 달려온 이이경(29)은 악역부터 코믹한 역까지 두루 아우르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괴물들'에서는 1인자의 빈 자리를 대신하는 교내 2인자 양훈으로 분했다.

 

 

'괴물들'은 '청춘 누아르'를 내세워 10대 청소년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다. 제초제 음료수 실화 사건을 모티프로 삼아, 학교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이이경은 "실화도 있고, 민감한 문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극 중에는 지적장애를 지닌 여성을 향한 성폭력 장면 등 다루기 예민한 부분도 더러 삽입돼 있다.

"여배우가 잘 소화했지만, 대본만 보면 더 셌다. 나도 사실 가장 부담스러웠다. 감독님도 여주인공을 구하려고 고생을 많이 하셨다더라. 영화로 보면 매력 있는 역이다. 1인 2역도 해야 하고, 감정 폭도 크다. 영화에서 깊게 보여주진 않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를 받아서 영화제도 못 갔다. 그런 건 좀 마음이 아프다."

그가 맡은 양훈은 학교에서는 폭력의 가해자지만 가정에서는 피해자의 위치에 놓여 있다. 잔인하지만 가벼운 면모도 보인다.

"막연하게 나쁜 사람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는 나쁜 쪽으로만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애드리브를 풍부하게 해서, 재미있는 모습과 10대들의 순수함도 살리려 했다. 10대 때는 호기심이 시작인 것 같다. 강해 보이고 싶어서 '허세'를 부린다."

 

 

다작하는 배우로도 알려진 그는 두세 작품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지칠 만도 한데 끝없이 달리는 이유는 천성에 있었다. "여행이 고프다"며 휴식을 그리워하다가도 연기에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 욕심이 있다. 4~5일 이상 못 쉰다. 늦잠도 하루 이틀이어야 좋다. '고백부부'때 제일 힘들었다. 코믹 연기가 처음이니까, 정신적으로 지치더라.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정신과 몸, 둘 다 힘들다.(웃음) 감독님은 그냥 웃기면 된다는데, 너무 스트레스다. 개그맨들은 어떻게 매번 웃기지?"

이이경은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의 공동 CEO 겸 생계형 단역 배우 이준기 역으로 열연 중이다. 앞서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로 코믹 연기에의 재능을 입증한 그는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한 단계 도약하고 있다.

"주변에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도 하시더라. 어제도 촬영하는데 감독님이 2·30대에 나 정도로 센스 있는 애를 못 봤다고, 캐릭터를 안 버렸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김휘 감독님도 코믹 호흡이 있다고 그러셨다. 멋있는 역에 대한 갈망? 사실 스스로 멋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화보로 많이 뽑아주셔서 괜찮다."

②편으로 이어짐.

 

사진 제공=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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