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오셨어요?”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후 지난 6년간 누군가를 새로 소개받을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아왔다.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대기업을 퇴사한 이유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특별한 사명이 있었기에 창업까지 했나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었다.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기업들에 대한 보도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지만 스타트업 창업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그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닐지 모르겠다.

기업가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창업하는 시점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는 창업을 해야겠다고 딱 떨어지게 결심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창업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인 듯 여겨질 때 창업을 선택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지는 않았다. 물이 끓기 위해 열을 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듯, 경험과 고민의 시간이 나의 선택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나름의 거창한 이유들을 떠올렸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살아온 방식에 맞닿아 있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어진지 족히 30년은 넘었던 4층짜리 건물에 8평짜리 사무실을 얻었다. 함께하던 동료들과 모여 페인트칠을 하고, 하얀 종이에 회사 이름을 써서 앞에 붙여두었다. 목재를 사고 다리를 조립해서 테이블을 만들고, 가구 매장에서 가장 저렴한 전시상품이라던 의자를 사서 어깨에 메고 사무실에 올라왔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법인을 설립하고, 하루 종일 혼자 테이블에 앉아서 이것저것 쓰고 보내고 물어보고 부탁하고 했었다.

창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삶의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정적이고 예상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이들의 삶을 책임져야는 무게감이 삶에 더해진다. 내 삶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커리어와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해야 하고,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돈과 믿음에 보답하여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된다.

삶의 밀도는 더 높아진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해야 하기에 스타트업 창업자도 어떻게 해서든 빠르게 성장하여야만 한다. 세상에 가치를 제공해야 이익을 만들 수 있기에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세상에 대해서도 민감해지게 된다. 세상에 없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 답을 얻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8평짜리 사무실에서 있었던 시간들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신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립기도 하다. 그리고 그 후로도 맞닥뜨렸던 수많은 도전들과 위기들은 내가 살아가는 방식에 항상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잘 어울리는 삶의 방식이 있다. 나는 스타트업 창업은,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창업할 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이 다른 방식으로 삶을 채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다.

‘젊.스.창.기.’는 SNS 크리에이터 기반 스타트업 ‘핸드허그’의 박준홍(36) 대표가 매주 집필하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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