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뮤지컬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공연을 자주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김재범은 너무도 생소한 얼굴이다. 이는 김재범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기도 했다. 오랜 시간 무대를 누볐지만 가족들이 주변에 자랑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인질'에 참여한 것은 가족들에게 최고의 자랑거리가 됐다.

"아내가 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오빠가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좀 속상하다' 라고는 했지만요. 그만큼 연기를 충실한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제가 이번에 못생김을 연기했거든요(웃음)"

"부모님께 제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예전에 부모님께서 주변 분들에게 제 자랑을 해도 공연을 잘 모르시니까 반응이 좀 그랬거든요. 그래서인지 이번에 영화 하고 굉장히 기뻐하셨어요. 근데 안타깝게 아버지께서 최근에 돌아가셔서 영화를 못 보셨죠. 꼭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슬퍼요. 그래도 아프신 와중에도 좋아하시고 기뻐하셔서 그걸로 위안 삼고 있어요"

아무리 뛰어난 뮤지컬배우라도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는건 분명 다른 영역이다. 연기라는 기본 틀은 같더라도 디테일한 기술적 측면에서는 차이가 크다. 김재범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도와준건 공연계 선배이자 '인질' 속 맞수 황정민이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할때 한번 정민이형이 게스트로 나오셨어요. 항상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대해주시더라고요. 인간적인 면이 있는 분이시구나 싶었죠. 또 힘드실텐데 매번 아침에 일찍 나오세요. 대단한 분이시죠. 이번 촬영에서도 정민이 형이 너무 편하게 해주셨어요"

김재범은 이번 촬영 당시 허리 부상을 안고 액션신을 소화하는 등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캐릭터를 위해 체중 증량과 감량을 이어가고 운동의 강도도 높였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역시 '연기가 좋아서'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든 결과 호평으로 보상받게 됐다.

"전 평생 할아버지가 돼서도 배우를 하고 싶어요.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스타가 되는 것보다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주변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인 형, 친구가 되고 싶고요"

"이번에 '겁 없는 신예'라는 타이틀이 있더라고요.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죠. '겁 없는 중견배우'가 되도록 나아갈 생각이에요. 기회만 있다면 영화도 계속 하고 싶어요"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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