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형과 함께 큰 스크린에 나온다는게 그저 기뻐요. 이런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현실감이 없는 것 같아요"

18년차 뮤지컬배우 김재범이 영화 '인질'을 통해 스크린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앞서 '마차 타고 고래고래' '데자뷰' 등 영화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인질'은 다르다. '천만 배우' 황정민과 맞서며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질'은 어느 날 새벽,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배우 황정민을 그린 리얼리티 액션스릴러다. 황정민의 존재감과 더불어 그를 납치한 5인의 낯선 배우들도 개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 중 한명이 김재범이다. 납치단의 리더 최기완 역을 맡아 섬뜩한 범죄자의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납치단은 김재범을 필두로 류경수, 정재원, 이규원, 이호정까지 낯선 얼굴들이 맡았다. 작품이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만큼 개봉이 코앞으로 다가올 때까지 이들의 존재는 은근하게 감춰져 있었다. 

배우들은 10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극을 이끄는 중요 인물로 캐스팅됐다. 하지만 영화 개봉 전 여러 행사에서는 황정민과 필감성 감독만이 참석했다. 배우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법도 하지만 김재범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대상이 자신을 믿고 추천해준 선배 황정민이기 때문인 이유도 있었다.

"처음에 회사에서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다고 해서 보러갔어요. 근데 황정민 형이 추천해줬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오디션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아서 더욱 감사했어요. 그래서 제가 감사할 리스트에 올려두기도 했어요. 큰 기대없이 '최선을 다하자' 해서 봤는데 그래서 된것 같기도 해요. 또 오디션에서는 황정민 형이 직접 대사도 맞춰주셨어요. 그래서 몰입도 더 잘 됐고요."

"(스케줄 제외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알고 있어서 크게 섭섭하진 않았어요. 다만 좀더 빨리 드러나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보긴 했죠. 근데 내가 공개되지 않고 황정민 형 혼자 나오는 것 같다는 식의 섭섭함은 전혀 없고요"

김재범이 연기한 최기완은 황정민 납치를 주도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단순히 돈 욕심만 있는 범죄자는 아니다. 차분한 말투와 표정에는 서늘함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캐릭터다.

"염동훈(류경수) 그가 불같은 성격이라면 난 얼음같은 캐릭터를 보여줘야겠다 생각했어요. 정적이지만 날카롭게. 갑자기 폭발하고 돌아오는 모습 말이죠. 제가 예전에 만난 어떤 사람은 말도 없었는데 일반적이지 않은 리액션과 호흡을 보여줬어요. 근데 그때 굉장히 섬뜩함을 느꼈죠.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처음에 저도 이 인물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전 인물을 볼때 '왜?'에 가장 중점을 둬요. 그래서 많은 자료들을 찾아봤죠. 근데 이해 안되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 사고로, 일반적인 관점에서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구나' 생각하고 내려놓고 시작했어요. 자기중심적이고 치밀한듯 하면서 허술하죠. 이성적이면서 충동적이고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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