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혁이 ‘화유기’를 통해 여장에 도전한다고 했을때 머릿속에 ‘왜?’라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첫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결혼해주세요’부터 ‘왔다! 장보리’의 문지상, ‘싱글와이프’의 이민홍을 거치며 주로 수더분하거나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 캐릭터를 소화해왔기 때문. 하지만 관념을 깬 캐스팅이 신의 한 수였다. 지난 8일 ‘화유기’ 촬영을 끝낸 성혁을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선녀 역할 제안을 받고 제작진을 만났을 때 ‘성혁씨 방식대로 표현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덜 했죠. ‘화유기’ 이전에 한 번도 이런 배역을 맡은 적이 없었는데,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남성들에게도 누구나 내재된 여성성이 있거든요. 그걸 극대화 시키는 방법을 모를 뿐인 거죠”

성혁은 하나의 몸을 오빠 동장군과 여동생 하선녀를 나눠쓰는 1인 2역을 소화해냈다. 한번쯤 출연을 망설일 수도 있을만큼 표현이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성혁은 우직하게 ‘화유기’ 촬영을 준비했다. ‘성혁의 방식’을 주문하는 제작진의 말도 성혁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부담을 덜어준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그는 하선녀 역을 위해 9kg를 감량했다. TV 드라마 특성상 시각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연기톤을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했다. 성혁은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을 봤는데 킬리언 머피 연기가 제가 생각한 것과 방향성이 맞더라고요. 자기가 여자가 되는 게 아니라, 자신 안의 여자가 나오는 거죠”라며 하선녀를 하이톤의 목소리, 혹은 과장된 리액션 등 상투적인 ‘여장남자’ 프레임에 담아내지 않으려고 했던 노력을 전했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여장이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성혁은 “처음에는 촬영하려고 분장을 하면서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싶더라고요”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촬영장에서 만난 동료배우들의 반응을 폭발적이었다. 성혁은 “오연서 씨는 ‘그 옷이 더 예뻤다’ ‘뱅헤어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다’ 디테일한 조언을 많이 해줬어요”라며 “이세영 씨는 하선녀 캐릭터 자체를 워낙 좋아했고요”라며 여배우들의 도움에 대해 언급했다.

실제 이세영은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선녀가 ‘화유기’ 촬영장에서 가장 예뻤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묻자 성혁은 “그건 이세영 씨의 생각이니까요.(웃음) 그런 반응이 오면 기분이 나쁘진 않죠. 예쁘게 나오려고 준비한 과정이 있으니까요. 사실 예쁜 건 이세영 씨가 훨씬 더 예쁘죠”라고 말했다.

②편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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