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뭐하던 분이셨어요?”

우리 회사의 메인 서비스인 ‘젤리크루’는 SNS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브랜드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서비스의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SNS 크리에이터들이 디자인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디자인 상품들이 가득하다. 처음 뵙는 분들께 우리 회사와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다 보면 아무래도 나와 우리 회사의 상품들이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지 십중팔구는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2015년. 창업을 한창 준비할 때부터 콘텐츠와 커머스가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욱 강하게 연결되리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반도체라는 전혀 다른 업계에 있었던 내가 짐작할 정도였으니, 사실은 콘텐츠와 커머스가 연결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와 커머스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립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과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처음 우리가 사업을 시작했던 것은 굿즈 사업이었다. 콘텐츠와 커머스가 연결된다고 하면, 자연스레 유명 연예인이나 캐릭터의 굿즈가 떠올랐다. 굿즈를 사는 사람들과 굿즈를 판매하는 사람들, 굿즈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찾으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몇 년 동안 참 많은 콘텐츠 사업자와 더 많은 공장과 업체들을 만나고 설득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억지 사업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생기는 시장의 길목에 서있지 못했다. 각자의 방향에 있는 사람들을 억지로 끌어내려고만 애썼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통해, 상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원가 절감을 통해,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유통 마진을 통해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한데 모아도 모두가 서로의 이윤을 나눠가져갈 뿐임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우리는 실패와 실패 끝에 비로소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대가 가지고 있는 새로운 문화를 자양분으로 콘텐츠를 연결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는 차츰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커뮤니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유니콘 기업이 된 무신사도, 오늘의집도 마찬가지다. 무신사는 매거진과 유저들의 코디로, 오늘의집은 유저들의 인테리어 콘텐츠로 거대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냈고, 그 후에 커머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콘텐츠에는 돈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를 통한 낮은 가격의 콘텐츠 생산이 필요하다.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는 다시 커뮤니티를 강화한다. 그 선순환 구조 속에 커머스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아있는 스타트업 창업자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저 바깥쪽 세상에서 커머스의 가장 안쪽까지 들여다본 것은 너무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갈지, 커머스와 콘텐츠, 콘텐츠와 커뮤니티는 세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참 흥미로우리라 생각한다. 나도 그 가운데에 서서 더 많은 이들을 연결하고 싶다.

‘젊.스.창.기.’는 SNS 크리에이터 기반 스타트업 ‘핸드허그’의 박준홍(36) 대표가 매주 집필하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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