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충격적인 2차 가해의 실체가 안방극장을 강타했다. 13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 특집으로 성폭행 피해를 폭로한 뒤 2차 피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6일 방송에서 영화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의 성추행 및 성폭력을 집중 조명한 'PD수첩'은 이번엔 고민 끝에 용기를 내 피해를 폭로하고도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천안시충남국악관현악단의 단원 인사권을 갖고 있던 예술감독 조모씨는 여성 단원들을 상대로 뒤에서 껴안고 "남편이랑 잘되느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발언을 일삼았다. 피해자만 무려 12명에 이르렀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성추행 사실을 기록해 천안시에 제출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조씨와 가까운 한 단원에 피해자들의 이름이 귀에 들어갔다. 천안시의 조사 결과는 "성추행 사실은 없다"였다. 총무나 수석단원 등만 조사했고, 이들이 조씨에 유리한 증언을 했기 때문이었다. 법적 공방 끝에 조씨에게는 징역형이 내려졌음에도 단원들은 절망에 빠져 있다. 국악계에 소문이 돌아 더 이상 일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전남CBS에서 일했던 강민주 PD는 "국장이 여성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성기 이야기나 성관계 이야기를 상습적으로 했다. 그래서 자제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인사 불이익을 당했고, 결국 태도 문제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라고 폭로했다. 결국 국장은 퇴출됐지만, 강 PD는 두 번째 해고를 당했다. 방송국 이사는 "위로금을 받고 모든 것을 끝내자. 싫다면 너를 또 해고할 수도 있다. 사원은 회사를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오히려 강 PD를 협박했다.

대학원 조교였던 이혜선씨는 "술자리에서 '너희 교수 총각이니까 좀 만져주라'라는 말과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학교에 알렸으나 학교 측은 교수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씨는 결국 형사고소를 결심했지만, 교수는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이씨를 고소했다. 억울하게 CCTV 등 증거는 시간이 오래 지나 남아있지 않았고, 증거불충분으로 교수에겐 ‘혐의없음’이 선고됐다. 이씨에게 남은 건 3건의 명예훼손 및 무고 소송이었다.

 

 

조력자에 대한 조직적인 괴롭힘은 공분을 자아냈다. 19년차 경찰 임희경 경위는 김해의 한 경찰서 내 성폭력을 폭로했다. 그는 후배 신입 여경이 수시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했다고 털어놓자 후배를 돕기 위해 나섰고, 가해자는 타 지역 발령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지구대장이 자신에게 먼저 알리지 않았다며 임 경위를 문책한 것이다. 이후 그는 '왕따'가 됐다. 상부에 제출하는 임 경위에 대한 평판보고서는 악의적으로 작성됐고 심지어 가해자는 임 경위의 업무상 약점을 잡아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결국 지난 1월, 임 경위는 공개 감찰을 요구하며 1인 시위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의 조력자를 불신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실제 피해자가 나서지 못하도록 판을 짠 대단히 치졸하고 원시적인 행동을 했다”며 “경찰관적인, 경찰관 행동이 전혀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 MBC ‘PD수첩’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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