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각색 과정에서 ‘D.P.’는 크고 작은 변화 지점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주인공인 안준호(정해인)의 계급이 상병에서 이병이 됐고, 원작에는 없던 상병 한호열(구교환)이 등장했다. 주인공의 계급 변화는 어찌보면 작품의 전체 스토리 흐름을 건들 수도 있는 큰 변화였다.

“시리즈로 만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웹툰의 좋았던 가치들을 어떻게 보편적인 감정과 공감으로 만들어갈까 였어요. 안준호를 이병으로 만든 건 그걸 위한 첫번째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 준호가 사회에서 입대를 하고 자대배치를 받아서 디피가 되기까지 과정을 묘사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같이 이 인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원작 웹툰은 ‘D.P.’보다 훨씬 어둡고 내면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김보통 작가 특유의 깊이있고 허를 찌르는 문장들이 안준호의 독백으로 처리된 부분이 많았다. 이를 영상화 작업으로 하며 대사로 환원시킨 부분도 많았다. 각색 작업이 어렵지 않았냐는 말에 한준호 감독은 “쉽지는 않았어요”라고 웃어보였다.

“왜냐면 작가님의 독백은 좋거든요. 시니컬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요. 쉽진 않지만 그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그 내레이션을 가지고 배우들 입에 맞게끔 변주를 하고, 거기에 어떤 살을 더하거나 빼거나 했죠”

영상물로 만들어지다 보니 보다 사건극의 채색이 짙어졌고, 인물 설정의 변화도 있었지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한 가지 진정성만은 변함이 없었다. 캐릭터 변주 역시 이런 이유에서 과도한 설정을 주입하지 않았다. 원작에서 박성빈 상병의 특성을 일정 부분 가져간 일병 조석봉(조현철)이 그랬다.

“조석봉이 오타쿠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기 보다 그 인물에 대한 세팅에 필요했어요. 좋은 사람이고, 아이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애니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당하잖아요. 그래서 필요한 세팅이었어요. 조현철 배우는 역할에 배우를 맞추기 보다, 폭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능수능란하게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배우에 역할을 맞춘 거 같아요”

탈영병 개개인의 에피소드도 완벽했지만, 주인공은 안준호의 폭력적인 가정사에 대해 매듭짓지 못한 ‘D.P.’. 시즌2에 해소를 기대해도 좋냐는 말에 한준호 감독은 “시즌2를 가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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