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생 많았다.”

몇년 전 나를 제외하고 유일한 등기 이사였던 멤버가 퇴사하던 날. 짐을 들고 돌아서는 그 친구의 뒷모습을 보며 느꼈던 감정은 되새길 때마다 생생히 떠오른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같고, 아무 일도 없을 것도 같던 그 느낌. 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그 날의 그 느낌.

아침에는 그 친구와의 메시지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그 친구와의 인사로 하루를 마무리했었다. 돈을 구하러 다녀오겠다며 연락하는 서로를 안쓰러워하고, 부모님도 모를 서로의 통장 잔고를 알고 있었다. 어쩌다 작은 성과라도 있으면 점심 때라도 사무실이 있던 을지로 3가의 식당에 나가 소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곤 했었다.

 

“형은 잘 할 거에요.”

나를 믿어주던 그 친구의 짧은 마지막 한 마디는 그 후로 꽤 오랫동안 나를 버티는 힘이 되어주었다. 인연과 이별, 특히 스타트업에서의 이별이라는 것은 더욱 촘촘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이유로 회사에 다닌다. 누군가는 성공을 위해서, 누군가는 커리어를 위해서, 누군가는 최소한의 경제적 생활을 위해서 사회 생활을 한다. MZ세대들은 회사를 보는 기준과 인식이 다르다고들 얘기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모두가 다 각자의 이유가 있고, 각자의 기준이 있을 뿐이다.

스타트업은 더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살아온 환경도, 학력도, 경력도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전통적인 기업들과는 다르게, 스타트업은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모이게 된다. 짦은 시간동안 압축적 성장이 진행중인 스타트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제와 오늘의 회사가 달라지고, 몇 달 전의 기준과 오늘의 기준이 달라지면서 회사에 모여 있는 멤버들의 스펙트럼도 훨씬 다양해지고 넓어지게 된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에서는 더더욱 세심하게 멤버들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섬세하게 인연을 맺고 때로는 떠나보내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나누어야 한다. 함께 커리어를 고민할 수 있어야 하고, 퇴사와 이직도 공유하고 축하할 수 있어야 자연스럽게 성장하며 사람들을 품을 수 있다.

끝까지 나를 믿어주던 그 멤버의 마지막 모습을 다시금 떠올린다. 여전히 바쁘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서로에 대한 응원과 신뢰는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젊.스.창.기.’는 SNS 크리에이터 기반 스타트업 ‘핸드허그’의 박준홍(36) 대표가 매주 집필하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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