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여자 컬링 대표팀의 열풍을 3월의 패럴림픽에서는 휠체어 컬링 대표팀이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의 행보가 여자 컬링 대표팀과 매우 비슷해 눈길을 끈다.

휠체어 컬링 대표팀은 1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평창 동계패럴림픽 예선 11차전에서 중국에 7대6으로 승리하며 9승2패, 조 1위의 성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16일 오후 3시35분 펼쳐지는 4강전 상대는 노르웨이다. 휠체어 컬링팀의 선전에 방송 3사는 이날 4강전을 일제히 생중계하기로 했다. 4강전에서 승리하면 휠체어 컬링은 패럴림픽 은메달을 확보한다. 지더라도 17일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다. 

 

★’한일전이 노르웨이전으로…’ 판박이 상황

지난 2월 올림픽 여자 컬링 대표팀 역시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예선에서 단 한 번 졌는데, 그 상대는 일본이었다. 한일전이라는 배경에 예선전 패배의 상대를 4강전에서 다시 만난 상황이 마치 드라마 같았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흔들리지 않은 한국의 승리였다.

휠체어 컬링에서 신기하게도 똑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예선에서 9승2패, 1위의 성적으로 4강에 진출한 대표팀의 4강전 상대는 노르웨이다. 대표팀은 14일 노르웨이와의 예선에서 2대9로 대패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예선에서 패배를 안긴 상대와 4강전에서 만난 상황이 올림픽 여자 컬링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예선에서 졌던 또 하나의 팀인 독일은 4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4강전에서 승리하면 중국-캐나다전의 승자와 17일 대결하게 된다. 패할 경우엔 같은 날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다. 

 

'안경 삼촌'으로 불리는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팀 스킵 서순석과 '안경 이모' 방민자가 4강 진출 뒤 환호하고 있다.

★’안경 선배’ 대신 ‘안경 삼촌&안경 이모’

의성 출신의 젊은 여성들이 주를 이뤄 ‘갈릭걸스’로 불린 올림픽 여자 컬링팀과 달리 휠체어 컬링팀은 평균 연령이 50세 이상이다. 또 휠체어 컬링팀은 반드시 혼성으로 한 명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스킵 서순석(47)을 비롯한 4명은 남자이지만 홍일점 방민자(56)가 포함돼 있다.

두 사람 모두 안경을 쓰고 있어 여자 컬링팀의 스킵으로 특유의 무표정을 자랑하던 ‘안경 선배’ 김은정의 뒤를 이어 ‘안경 삼촌’, ‘안경 이모’라는 별명을 얻었다. 애초에 대회 시작 때부터 최고의 인기 종목이던 휠체어 컬링이 거듭된 선전으로 더 큰 관심을 얻은 결과다.

하지만 여자 컬링팀과 마찬가지로 휠체어 컬링팀 역시 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개인 휴대폰을 모두 반납한 채 경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 이 같은 별명에 대해서는 아직 무감각하다고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 경기장에서 많은 관중이 응원하고 있다.

★’갈릭걸스’와 다른 점? ‘은메달 경험’

패럴림픽 휠체어 컬링팀이 올림픽 여자 컬링팀과 확연히 다른 점도 있다. 패럴림픽에 대한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 휠체어 컬링은 이미 메달을 딴 경험이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패럴림픽에서의 은메달이다. 물론 당시의 대표팀은 지금 대표팀과 다른 멤버들이었다.

동계패럴림픽 강국이라고 볼 수 없는 한국이 지금까지 동계패럴림픽에서 수확한 메달은 총 3개에 불과하다. 바로 밴쿠버 대회에서의 휠체어 컬링 은메달과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패럴림픽 알파인스키 은메달(한상민), 이번 평창 대회에서의 크로스컨트리 동메달(신의현)이다. 올림픽에 비해 턱없이 적은 메달 숫자이지만, 그 중 하나를 휠체어 컬링이 차지하고 있다.

동계패럴림픽에서 한 번도 따 본 적이 없는 한국의 첫 금메달을 휠체어 컬링팀이 수확한다면, ‘팀 킴’을 능가하는 대단한 성과다. 물론 메달 색깔과 상관없이 이미 한 편의 드라마인 것도 사실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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