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배신, 헌신의 드라마틱한 내용을 품은 낭만발레 대표작 ‘지젤’이 두 얼굴로 봄 무대를 즈려밟는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은 오는 21∼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UBC는 4월6~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을, UBC는 러시아 마린스키 버전을 구현할 예정이라 같은 듯 다른 두 무대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던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의 춤을 보고 그에게 반한 시인이자 발레평론가 테오필 고띠에가 그리지를 위한 역할을 구상하던 중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시구에서 ‘윌리’라는 남자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귀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얻었다. 고띠에는 독일 한 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을 토대로 스토리를 완성했다.

순진한 시골처녀 지젤은 우연히 알브레히트란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귀족인데다 약혼녀가 있는 것을 알고 충격과 배신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후 지젤은 숲속을 지나가는 남자를 홀려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하는 정령 윌리가 되는데, 알브레히트가 숲속에 들어왔다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 지젤 무리에 맞서 그를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2막에서 지젤이 윌리(처녀귀신)들 사이에 쓰러진 알브레히트를 구해내는 장면 [사진=국립발레단]

1841년 6월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카를로타 그리지 주연으로 초연한 ‘지젤’은 이후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고전발레의 전설적 안무가인 마리우스 프티파가 1860년 ‘지젤’을 재공연한 이후 현대 관객들이 탐닉하는 ‘지젤’의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했다.

‘지젤’의 백미는 2막 푸른 달빛 아래 새하얀 튀튀를 입은 윌리들이 일사불란하게 다양한 대형을 이뤄 펼치는 군무다. ‘라 바야데르’ 망령들의 왕국, ‘백조의 호수’ 호숫가 안무와 함께 3대 발레 블랑(ballet blanc·하얀 발레)으로 꼽힌다. 두 발레단의 ‘지젤’ 모두 2막 공연 시간 55분 중 30분이 군무 장면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국립발레단은 코르드발레(군무) 단원 24명, UBC는 18명이 무대에 선다.

 

 

UBC의 마린스키발레단 버전은 상체의 움직임이 아름다우며 춤을 통해 대사를 풀어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 스타일이 특징이다. 1985년 국내 초연된 이후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헝가리 등지에서 공연되며 한국 발레단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특별 출연하고 UBC 퍼스트 솔리스트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가 호흡을 맞춘다. 이외 강미선-이동탁·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조이 워막-마밍 등이 출연한다.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파트리스 바르 안무)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2011년부터 이 버전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화풍을 충실히 살려낸 배경 그림으로 분위기를 온전히 살리며 프랑스풍의 섬세한 춤과 드라마틱한 연기가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무용수들의 손과 발끝이 부드럽게 떨어져 우아함의 극치를 선사한다. 박슬기-이재우, 김지영-박종석, 김리회-허서명, 한나래-김기완이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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