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민이 최근 쌓아온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공백기가 전혀 없다. 1년에 평균 두 세 편 이상 관객들과 만난 만큼 꾸준히 열일해왔다. 

"감사하게도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네요. (웃음) 저는 일하는 게 좀 더 재밌어요. 사실 노는 방법을 잘 몰라서... 일하러 가는 게 좋아요. 일하는 게 힘들지 않아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도 변함없이 박정민은 새 작품으로 돌아온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기적'으로 말이다.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이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최근 박정민이 연기했던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강렬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선 도박장을 드나들며 한탕을 꿈꿨던 상수를 맡았고, 4달 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트랜스젠더 유이 역으로 파격 변신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4차원 수학천재이자 마을 사람들을 위해 홀로 기차역 짓기에 나선 고등학생 준경으로 분했다. 

사실 박정민은 '기적' 출연에 망설였다. 현재 30대 중반에 고등학생 역할을 연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러워하실 것 같아서 거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감독님을 처음 만나뵙고 난 뒤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장훈 감독이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던 과정을 말씀해주셨는데, 이 이야기를 잘 만들 수 있는 분이라고 확신이 생겼죠. 그 때 '기적'이 점점 끌렸고, 감독님께 호감이 생겼어요."

"감독님이 (제가) 어떤 배역하고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면을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지금까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저만의 고민이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는데요. 이번에는 이장훈 감독님의 말에 따라가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기적'을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는 따뜻한 시나리오. 박정민은 실제 대본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고. 

"기차역을 다 만들었는데도 기차가 서지 않아 반쪽짜리 꿈이 된 게 눈물났어요.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무력감도 느꼈고요. 많은 사람들이 꿈이 좌절됐을 때 느끼는 무력감과 비슷했죠. 스스로 털어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감정이 응어리지잖아요. 준경이는 이 점이 가족들과 얽혀 있었고요. 그래서 마음이 아팠어요."

지난달 31일 열린 시사회를 통해 완성본을 본 박정민은 '기적'이 이장훈 감독의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와 비슷한 감성이 나와서 좋았다고 밝혔다. 예쁘고 아름다운 색채와 착한 정서가 마음에 들었다고.

"감독님의 전작처럼 영화가 예쁘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시대가 1980년대 후반이라서 레트로 감성을 일깨워주고요. 촌스러움도 없죠. 또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가 좋았어요. 가끔 착한 영화가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저도 장르물을 좋아하는데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기적'이 착하고 예쁜 영화예요."

②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