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경북 봉화군 소천면에 위치한 양원역을 모티브 삼은 '기적', 실제 촬영도 봉화군과 영주시 일대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박정민은 봉화·영주 지역 사투리를 배워야만 했다.

"사투리가 많이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완벽하게 구사했다고 하기엔 부끄럽네요. 하하. 그렇다고 너무 사투리에 매달리면 제가 촬영하다가 허우적거리지 않을까 생각되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끔 밸런스를 유지했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기적'이 담아낸 경북 봉화군의 풍경은 동화 속 분위기처럼 예쁘고 아름다웠다. 박정민 또한 아름다운 장소에 신기했단다. 그는 "스태프 분들이 어떻게 찾았을까 생각했던 장소들이 많았다. 봉화에 내려가 2일차까진 힐링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3일차부턴 서울에 가고 싶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이유를 물어봤더니 영화 속 마을처럼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박정민은 "촬영 끝나고 식당이나 편의점 등이 없어 마땅히 갈 데가 없었다. 산과 앞에 흐르는 개울만 있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1주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활에 적응해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고 덧붙였다. 

수학에 남다른 두각을 보였던 준경이처럼 박정민에게도 재능이 있는 분야를 물어봤다. 그의 대답은 "공부"였다. 그가 명문고를 졸업해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가 자퇴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어렸을 때는 공부를 매우 잘했어요. 그래서 다들 천재인줄 아셨대요. 엄마가 그러신 줄 알았대요. 그리고 보기와 다르게 의외로 운동신경이 좋고요. 그래도 이걸 천재성이라고 붙이기엔 민망하네요. (웃음)"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박정민에게 준경이만큼 대단하게 보였던 인물이 한 명 있었다. '기적'을 연출한 이장훈 감독이 그 주인공.

"감독님께 '이게 가능해요?'라고 말을 꺼내질 못했어요. 서울대 공대 출신이신데 '나 신호등 만들 줄 알아' 이렇게 말씀하시진 않았어요. 그러나 당연히 되겠구나 생각했거든요. (웃음) 준경이가 수학문제를 빨리 풀 수 있는 것도 감독님이 거쳐온 길을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납득되라고요. 하하하. 어떤 때에는 연극반 출신 아닌가 싶을 만큼 적절한 타이밍에 디렉션을 주시다가 기다려주세요. 따뜻하면서도 냉정한 면도 가지고 계세요."

박정민은 이장훈 감독을 비롯해 영화를 연출하는 모든 감독님을 향한 존경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최근 그가 첫 연출한 왓챠 '언프레임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연출자의 입장을 확실히 느꼈다고.

"연기자로 접근할 때랑 확실히 달랐어요. 감독님들이 절 보면서 얼마나 답답해 하셨을까 생각했어요. 너무 다른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과 연출하면서 이 세상에 모든 영화감독님들은 큰 일 하고 계신다는 걸 느꼈어요. 감독님들이 모니터링하실 때 옆에서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그러지 말아야겠어요. 다 계획이 있고. 굉장히 어려운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감독님들에 대한 리스펙트가 커졌습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말 나온 김에 감독 박정민의 입봉작 근황을 살짝 물어봤다.

"이미 다 만들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저희 영화에는 어린 배우들 밖에 안 나와요. 그래서 기존 성인 배우들과는 색깔이 다르고, 재밌게 잘 만든 것 같습니다. 감독님들이 공식석상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지 이제 공감되더라고요. 제목은 '반장선거'입니다."

끝으로 박정민은 인터뷰하는 자체가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준경이가 기차역을 만들고 꿈을 이뤄냈듯, 자신 또한 배우라는 꿈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제가 이렇게 영화배우가 되서 한 영화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홍보하고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들이 저한테는 기적 같은 일이에요. 제 일상을 들여다보면 전 정말 평범한 사람이거든요. 저 스스로 앞에 나와서 이야기 하는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말 그대로 준경이처럼 꿈 하나만 바라보면서 노력했고,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봐주시는게 아직도 신기합니다. 순간순간 작은 기적들이 쌓이는 것 같어요. 앞으로 10년 뒤 제 모습에서는 또 다른 기적이 생길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연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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