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겸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하일지(본명 임종주) 교수가 연일 입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4일 동덕여대 재학생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에 따르면, 하 교수는 문예창작과 1학년 전공필수 강의인 ‘소설이란 무엇인가’를 진행하던 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당시 비서 김지은씨에 대해 “결혼해 준다고 했으면 안 그랬을 것이다. 질투심 때문에 (폭로했다)” 등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또 “만약 안희정이 아니라 중국집 배달부와의 진실공방이었으면 사람들이 관심 안 가졌을 것”이라며 “작가는 글을 진실되게 써야 하며 꾸미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을 설명하던 도중에는 “처녀(점순)가 순진한 총각(화자인 ‘나’)을 X먹으려고 하는 내용”이라며 “점순이가 남자애를 성폭행한 거다. 얘도 ‘미투’ 해야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은 열일곱 동갑내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문예창작과 총학생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임종주(하일지) 교수는 미투 운동의 의도를 우롱했을 뿐 아니라 본 운동에 동참한 피해자를 언어적 폭력으로 2차 가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하 교수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하 교수는 1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전체 내용의 핵심은 소설가는 통념적 윤리관에 따라 흑백론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던 거였다”며 “안희정 전 지사와 김지은씨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금기를 건드린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이 느끼는 감정의 진실은 (저마다) 다를 수 있으니 소설가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학생들의 사과요구에 대해선 “학생들이 오히려 교수에 대해 망신을 줬으니 (학생들이) 사과할 일”이라며 “불만이 있으면 토론을 벌였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평소 친분 있던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자신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재학생이라고 소개한 A씨는 15일 학내 커뮤니티에 “평소와 같이 식사와 반주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서 일어났다”며 “갑자기 교수가 제 한쪽 팔을 자신 쪽으로 끌어 입을 맞췄다”고 하 교수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A씨의 글에 따르면 하 교수는 “만나왔던 여러 여자 중에 다른 방면에서는 잘 맞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았던 경우가 더러 있었다” “너와는 속궁합이 맞을 수도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A씨는 2015년 3월10일 하 교수가 자신의 행위 일체를 인정하고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말한 통화 녹음본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 교수는 피해 학생이 자신에게 보낸 사과 e-메일을 근거로 "강제추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19일 오후 6시 학내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일지 교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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