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진을 처음 준비할때는 결과가 이럴지 상상을 못했어요.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 앞으로 보여줄게 있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감독님, 작가님과 한시간 남짓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분들과 작품을 한번 하고 싶다’하는 끌림이 있었죠. 사실 ‘펜트하우스’는 서사가 여러 갈래고 등장인물도 많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불타 올랐어요”

길고 길었던 ‘펜트하우스’의 여정. 여전히 시즌제 드라마가 낯선 국내 시장에서 ‘펜트하우스’는 세 시즌에 걸쳐 20%대 시청률을 넘나드는 흥행에 성공했다. 시청률 5%만 넘어도 ‘평타’는 쳤다는 요즘같은 시대에 보기 드문 숫자였다.특히 헤라퀸 3인방 중에서도 김소연은 모태 금수저에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여야만 하는 욕망의 아이콘 천서진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이에 김소연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의 물성을 뛰어넘는 ‘인생캐’에 등극했다.

“김순옥 작가님께서 처음 만났을때 ‘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우리 한번 허영미를 능가하는 악역을 만들어봐요’ 해주셨는데, 그 말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15부 방송이 끝나고는 짧고 굵게 ‘소름 대박’ 이런식으로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촬영 기간 동안 유쾌하게 용기를 많이 주셨죠”

현실과 전혀 다른 천서진에게 이질감을 느끼거나 심적 부담이 없었냐는 말에 김소연은 “오히려 저와 비슷하거나 그러면 약간 이입이 될텐데, 천서진은 너무 허구의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심적으로 피드백은 크게 안온 거 같아요.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요”라고 웃어보였다.

긴 호흡의 작품, 쉽지 않은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펜트하우스’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한방은 남편인 이상우였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김소연을 자극한 것. 매운맛이 아닌 마라맛 서사가 이어지는 ‘펜트하우스’ 천서진에 남편 이상우가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도 궁금했다.

“천서진과 제가 다르다고 느끼겠죠? 제발 다르게 느껴야 하는데(웃음). 처음에 대사를 다 맞춰봐 주고, 저의 톤을 잡아준 게 오빠였거든요. 영상도 계속 찍어주고, 천서진한테 가깝게 가는 지름길을 만들어줬어요. 제가 피아노신을 촬영할 때 찍은 모니터를 보여줬어요. 사실 그 회차에 제 분량이 너무 많이 나와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소연아 나 소름 돋아’ 하는데 그 말에 굉장히 큰 고마움을 느꼈죠. 그래서 방송까지도 기대를 하면서 기다렸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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