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일명 ‘필리핀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16년 10월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 지역의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총상을 입고 앉거나 누운 자세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들의 시신을 살펴본 결과 완전히 제압된 상황에서 총을 맞은 것으로 보였다. 시신의 손목이나 발목에는 묶인 흔적이 있었다. 직접 사인이 된 총상 외에 찰과상과 타박상 등 고통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피살자들은 2개월 전 필리핀에 입국한 한 회사의 경영진이었다. 유사수신 업체를 운영해 236명에게 138억4000만원의 투자를 받은 후 필리핀으로 장대표, 송상무, 이전무였다. 한 투자자는 누군가가 필리핀에서 장대표를 초대했다며 그들을 의심했다.

필리핀 현지에 상주하는 한국경찰 코리아 데스크는 장대표 일행의 필리핀 정착을 도운 남자는 한인타운에서 사업을 하는 박모씨로 파악했다. 박씨는 피살자들과 함께 살았으며 세 사람이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고 해 사건 전날 오후 9시40분께 마닐라 한인타운에 내려준 뒤 자신은 집에 들어와 잠이 들었고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숙소에 해당 차량이 들어왔다 나간 흔적이 새벽시간까지 여러 차례 반복됐다. CCTV로 문제의 차량이 이동한 모습도 포착됐고 박씨가 삽을 차량에 싣는 모습과 그의 운전기사와 함께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의 조사가 진행되자 박씨와 운전기사는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경찰에 자수한 운전기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필리핀 경찰은 총기 구입 후 면허를 등록한 사람이 운전기사로 드러나자 박씨가 운전기사를 통해 총기를 구입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후 경찰에 검거된 박씨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박씨가 사건 발생 이틀 후 카지노에서 예치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해당 예치금은 죽은 장대표와 연관돼 있었다. 이곳에는 7억2000만원이 있었다. 현지 경찰은 이 돈을 노리고 피해자들을 살해한 혐의로 박씨를 수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만난 박씨는 해당 예치금에 대해 "그 사람들과 관계없는 돈이다. 내가 예치해온 돈이다"며 "김씨가 사고를 치고 나한테 (혐의를)미룬 거다. 카지노에도 가고 친구한테 빌린 돈 때문에 빚이 1억 얼마 된다고 하더라. 사건 후 한국에 갔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그날 아침 사탕수수밭에 갔지만 같이 지내던 김씨가 사고를 친 것 같아 수습하러 갔을 뿐이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 검거된 김씨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으나 가방의 끈과 바지에서 소량의 화약 입자가 확인되자 사실을 털어놨다. 현장에 갔지만 총은 박씨가 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단독범행이 아님을 보여주는 휴대전화 증거도 있지만 무서워 밀양강에 던졌다고 말했다. 강바닥을 뒤져 휴대전화를 발견한 경찰은 "범행 직전, 범행 전날 총기에 실제 장전까지 하고 피해자들의 방문을 열려고 하는 게 문자로 담겨 있었다. 범행 도구를 준비했다는 부분도 결정적 증거다"고 말했다.

박씨에게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생활고를 겪었던 김씨는 박씨의 부름을 받고 사건 일주일 전 필리핀에 입국했다. 투자를 받았는데 돈이 더 필요하니 정대표 일행을 제거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박씨가 며칠간 계속 처리하라고 협박했는데 내가 못하니까 다른 현지인을 통해 없앤다고 했다. 그게 안 되니까 사건 당일 그냥 같이 하자고 해서 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유기할 때 도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징역 30년을 선고 받고 청송경찰서에 수감됐다.

반면 박씨는 김씨의 자백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긴 일도 없었다고 강변하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자리를 피했고 다음날 다시 찾아가자 면회를 거절했다. 이런 박씨에 대해 이수정 교수는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하는데 사건에 대해서는 먼 산을 바라보거나 일정 시간 후에 자리를 이동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박지선 교수 역시 "회피, 부인, 말 돌리기이다. 전형적인 범죄자들의 화법이다"고 진단했다.

더욱이 박씨의 필리핀 사업은 부진했다. 지인들은 그가 사업 실패로 채무자들에게 시달리다 인터넷 도박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필리핀에서 든든한 투자자를 만나 사설 카지노를 운영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설 카지노는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현지 목격자에 따르면 박씨는 투자자를 찾는 사설 카지노 운영자 모습이었지만 실제 카지노를 운영자는 아닌 것 같았다. 박씨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투자를 받았지만 수익 없는 카지노 금고에 돈을 맡겨뒀고, 이를 안 정씨 일행이 돌려달라고 해 사건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박씨는 현재 돈만 있으면 편하고 자유로운 필리핀 이민청 보호소에 수감돼 있다. 한국인을 3명이나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는 왜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는 것일까. 박씨는 필리핀 법정에 강도살인 혐의, 탈옥과 불법 총기소지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재판들이 끝나야 박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 이민청 관계자는 “재판을 필리핀에서 받게 되면 무죄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피해자 가족이 필리핀 법정에 직접 요청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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