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사실상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보좌진의 조직적 관여를 의심케 하는 정황이 추가로 제기됐다.

특히 윤 전 총장 가족 사건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검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고발 사주' 의혹의 배후에도 대검의 정보 라인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가 14일 공개한 윤 전 총장 장모 사건에 관한 대검 내부 문건은 윤 전 총장 개인을 위한 '사적 정보수집'에 당시 대검 정보라인이 관여했을 것이란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해 3월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가 연루된 사건 4건의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문건에서는 최씨를 '피해자'와 '투자자'로 표현하고 있다. 일부 내용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의 정확한 작성 주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문건 작성 형식이나 수집 정보 내용 등에 비춰 검찰의 정보 라인인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어떤 문건인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윤 전 총장의 징계 결정문에 따르면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작년 말 징계 심의에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총장 지시에 따라 사모(김건희씨)·장모 사건과 채널A 사건을 전담해 정보 수집을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법리도 그곳에서 만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윤 전 총장이 당시 처가 관련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놓고 대검 참모조직을 동원해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는 증언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채널A 사건 등에 관한 대응 논리를 만들었다는 당시 증언은 사주 의혹을 받는 고발장에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법리가 적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주목받고 있다. 문제의 고발장에 기재된 '공직선거법상 신문·방송 등 부정이용죄' 법리는 거의 적용 사례가 없어 공직선거법 전문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이 부장의 당시 증언을 언급하면서 "수사정보정책관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인지 근본적 의문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발장 전달자로 손준성 검사가 사실상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대검이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했다는 정황까지 나오면서 '고발 사주'의 배후가 수사정보정책관실이라는 의혹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당시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사건을 무마할 목적으로 수집한 정보가 고발장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론이다.

이에 대검 감찰부는 향후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에 대한 고강도 감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정보수집 조직을 폐지해야 한다는 검찰개혁론도 다시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