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로 중도금 대출이 막히면서 무주택 서민이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 분양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반면 중도금 대출에 제한이 없는 현금 부자들이 분양 시장에서 판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상반기에 지나치게 대출이 많이 진행됐다”라며 “하반기에 연간 대출 총량 목표를 어느 정도 관리해 나가려면 상반기보다 현저하게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최우선 과제”라며 가계부채 억제에 전력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또 금융지주 회장단은 “책임을 다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전했다. 

애초 금융위는 가계대출 억제 목표를 지난해 대비 5%∼6% 증가 범위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5%가 뚫리면서 가능한 6% 선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57조 5,000억원이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대출 등 포함)이 73.5%(42조 3,000억원)를 차지했다. 나머지 26.5%(15조 2,000억원)가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이었다.

8월 한 달간 가계대출 증가액은 6조 2,000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이 5조 9,000억원, 기타대출이 3,000억원이었다.

올해 7월까지 월평균 2조 1,000여억원씩 증가하던 기타대출은 금융당국의 창구지도로 확 꺾였지만, 이 기간 월평균 5조 2,000억원씩 증가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 관리는 주택담보대출에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올해 급격히 불어난 전세자금대출이나 이주비대출은 실수요자 대출이어서 손을 대기 쉽지 않다”라며 “결국 중도금대출을 틀어막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출 한도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부동산 대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건설사들로서도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를 짓기만 하면 대박을 치고 있어 중도금대출을 알선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중도금대출 규제의 피해는 현금 동원력이 없는 젊은층이나 저소득 무주택자 등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실수요자들에게 집중돼 결국 주거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가계대출이 안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 있지만 모아둔 목돈이 없는 젊은층이나 중·저소득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는 젊은층이나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각별히 노력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기적 주택 거래는 규제의 타깃이 돼야 하지만 평생 처음으로 집을 분양받으려는 무주택자나 젊은층은 원리금 상환 능력이 검증된다면 대출에서 충분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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