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한데 참 세련됐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 중인 뮤지컬 '하데스타운' 이야기다.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2016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이고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정식 개막했다.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 미국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했다.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고자 하데스의 지하 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에우리디케는 배고픔을 해결하고자 하데스의 광산으로 향하고, 가난한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고자 그곳으로 찾아간다. 

극중 인물들의 상황을 돈, 자본의 관점에서 풀어냈다는 점과 여성 캐릭터들의 주체성이 돋보인다는 점이 신화와 가장 큰 차이다. 물질만능주의 아래 노예가 되는 사람들, 그 위에 왕처럼 군림하는 자본가. 현대 사회에 대한 풍자가 담긴 우화이기도 하다.

'지하세계를 나갈 때까지 절대 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으로 에우리디케를 데려가는 오르페우스의 이야기. '하데스타운'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 끝에는 정해진 비극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하지만 강조되는 건 그럼에도 이어져야만 하는 '사랑의 노래'. 오르페우스가 작곡하고 부르는 'EPIC(서사시)'이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사랑이야기를 말하는 'EPIC'은 돈에 영혼을 팔아버린 자들을 살려내는 생명의 노래이기도 하다. 그리고 세상 가장 중요한 건 부도 명예도 아닌, 내 옆의 소중한 사람에 대한 사랑임을 감미롭게 전한다. 그 멜로디는 극중 인물들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관객들의 마음에 황홀한 설렘이 일렁이게 한다.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멜로디다.

'하데스타운'은 계속해서 노래로 이어지는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EPIC' 외에 'Road to hell(지옥으로 가는 길)' 'Wait for me(기다려줘)' 등 브라스밴드의 재즈풍 넘버들이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다. 

무대는 생각보다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다. 지하세계와 낡은 재즈바를 주 무대로 하기에 전반적으로 어둡다. 그렇기에 조명의 활용도가 더욱 빛을 발한다. 조명 움직임을 활용해 스타일리시하게 꾸민 'Wait for me(기다려줘)' 장면은 특히 압권.

이번 공연은 초연인 만큼 캐스팅도 역대급으로 기대를 모았다. 최재림, 양준모, 김수하, 박혜나 등 이미 검증을 끝낸 배우들은 이번에도 명불허전이다. 더이상 추천하기도 입아픈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

궁금한건 오르페우스 역 시우민(엑소)이었다. 단지 아이돌이라는 이유 때문에 실력에 의문을 가진건 아니다. 같은 역의 조형균, 박강현도 부르기 쉽지 않은 오르페우스의 넘버를 뮤지컬에 익숙치 않은 그가 어떻게 소화해낼지 궁금했다. 

직접보니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고음의 가성을 연이어 소화해야하는 넘버 'EPIC' 역시 큰 무리없이 부른다. 다만 상대적으로 다른 배우들에 비해 힘이 부족해보이는 느낌은 있다. 이 역시 넘버의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연기적으로 몇 군데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순수한 청년 오르페우스를 표현하는 이미지만큼은 최적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내년 2월 2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오르페우스 역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엑소), 헤르메스 역 최재림, 강홍석, 에우리디케 역 김환희, 김수하, 페르세포네 역 김선영, 박혜나, 하데스 역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이 출연한다.

사진=에스엔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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