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마실 것 준비해드리려고 하는데, 물, 커피, 차 중에서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창업한지 어느덧 7년차. 많은 이들을 만나고 또 대화를 나누지만, 늘 적절한 긴장감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가 있다. 바로 채용 인터뷰 자리이다. 짧은 시간 내에,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기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한다. 취업과 이직 모두 아주 중요한 결정이지만, 그 결정을 내리는 채용 인터뷰는 그 중요도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시간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짧은 시간 내에 최대한 밀도 있는 질문과 경청으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늘 다른 질문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자리이지만, 항상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싶으셨어요?”

모두가 다른 이유를 이야기한다. 연봉을 높이고 싶다는 분도 계셨고, 그저 스타트업을 경험하고 싶다는 분도 있었다. 지금 직장에서 상사와 너무 안 맞는다는 분도 있었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꿈을 얘기하는 분도 있었다. 정말 그랬다. 인터뷰를 거쳐 함께 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멤버들을 마주하며 생각한다. 모두가 다 다른 이유로 우리 회사를 선택하였고, 모두가 다 다른 이유로 지금 여기에서 함께 일하고 있음을.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때때로 함정에 빠진다. 우리 회사는 로켓처럼 성장하여 조만간 유니콘이 될 것이라 꿈꾸기에, 모두가 꿈과 비전에 공명하고 그 꿈을 위해 현실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처럼 움직이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은 아직까지는 나만의 꿈일 뿐인 것이다. 증명하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그것은 함께하는 멤버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원팀이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세상이 원하는 흐름에 앞서야 한다. 두루뭉실해서는 균열을 만들 수 없다. 뾰족해야 하고, 그에 못지않게 빨라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원팀이어야 한다. 같은 방향을 보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결국,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오히려 속도이기 보다는 방향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여도 각자의 속도는 다르다. 누구는 걷고, 누군가는 뛴다. 누군가는 마음이 급하고, 누군가는 아직 여유가 있다. 누군가는 육아로 힘든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누군가는 커리어보다는 건강을 챙겨야 할 타이밍일 수도 있다. 각자가 여기에 모인 이유가 다른 만큼, 각자가 생각하는 속도도 다르다. 그 가운데서 그 속도를 조절하며 전체의 방향과 속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모두가 다 다른 이유로 여기에 와있음을 잊지 않으며.

‘젊.스.창.기.’는 SNS 크리에이터 기반 스타트업 ‘핸드허그’의 박준홍(36) 대표가 매주 집필하는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의 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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