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K콘텐츠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현실에 소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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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31세)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직원으로 5년 9개월 동안 근무하다 사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이 50억원이란 보도가 나왔다. 직전까지 곽 의원은 “공채 공고를 보고 지원했던 아들은 250만원 남짓 월급을 받고 근무했다”며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여권에서는 ‘퇴직금 50억원’은 수년간 토건세력을 비호해준 데 대한 대가성 뇌물이든지 화천대유 투자에 대한 배당금일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곽의원의 아들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곽씨는 ‘올해 3월 퇴직금을 포함해 5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받는 조건의 계약을 화천대유와 맺었고, 원천징수 후 28억원을 4월 계좌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곽씨가 받은 금액은 화천대유가 2015년 2월 설립된 이래 모든 임직원 상대로 지출한 퇴직금 합산액(5억4585만원)의 9.2배였다. 게다가 지난해 곽씨가 회사에서 받은 월 급여는 383만원이었다. 이 금액을 바탕으로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금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곽씨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은 2267만원 정도다. 보통의 2030세대 직장인이 수령하는 퇴직금 규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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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가 받은 돈 대부분이 급여에 속하는 ‘성과급’이었다 치더라도 상식적인 범위는 넘어섰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화천대유가 최근 5년간 전체 임직원에 대한 급여로 지출한 총액이 51억원이기 때문이다.

곽씨는 입장문에서 자신을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제가 입사한 시점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위에서 시키면 했고, 열과 성을 다했다. 돌이켜 보면 설계자 입장에서 저는 참 충실한 말이었다”고 했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수억~수십억대 빚으로 인해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패하면 목숨을 잃는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았다. ‘데스게임’ 장르를 빌어 극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자본주의의 부조리함, 현대 계급사회의 병리현상을 기묘하고도 매혹적으로 묘파해 한국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 , 전세계 22개국 1위를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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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특수통 검사-청와대 민정수석 출신 제1야당 중진 국회의원 아들이 스스로를 ‘설계자’가 짠 판 위에서 목숨을 담보로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오징어 게임' 속 말에 비유했다.

더욱이 그의 아버지는 보통 아버지, 국회의원이 아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향해 집요하게 특혜 의혹을 제기해왔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딸을 두고 혹독하게 ‘아빠 찬스’를 들이밀었던 장본인이다. 곽씨 역시 전혀 모르지는 않는 것 같다. 입장문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자식으로 당연히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으니.

결론은 “일 열심히 하고, 인정받고, 업무 과중으로 몸 상해서 돈 많이 번 것은 사실입니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이 수천억 벌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설계의 문제입니까, 그 속에서 열심히 일한 한 개인의 문제입니까”라는 질문형 확신 발언이다.

그런데 '부자'는 모르는 듯하다. 이 ‘50억’이란 수치에 담긴 잔혹한 의미를. 공정과 자비 없는 경쟁에 내몰린 수많은 ‘찐말’들이 느낄 상실과 박탈감 그리고 분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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