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몸만한 캐리어를 끈 여자가 서울 시내를 활보한다. 겹겹이 껴입은 옷차림에 풀어헤친 머리칼, 언뜻 보기엔 긴 여행에서 금방 돌아온 사람 같기도 하다. 작은 체구에도 명랑한 표정 때문인지 자꾸만 시선이 가는, 이솜이 만들어낸 홈리스 미소의 모습이다.
 

(사진=영화 '소공녀' 스틸컷)

“영화 ‘소공녀’가 지금이라도 개봉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저예산 독립 영화고, 배급이 정해지지 않으면 고생했던 작품이 묻힐 수도 있는 거잖아요.”

최근 진행된 <싱글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솜은 영화 ‘소공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CGV아트하우스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그리고 제41회 예테보리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지만, 1년의 숙성 끝에야 영화는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여느 독립영화들처럼 언제 스크린에 걸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지만 이솜은 광화문시네마에 대한 믿음으로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했다. 그녀는 “더 많은 분들이 독립영화를 찾아주셨으면 해요. 실험적이고 독특한 독립영화가 잘돼야 상업영화에도 좋은 발판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배우로서 확실한 소신, 그리고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까지. 2010년 영화 ‘맛있는 인생’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8년의 시간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작품에 임해온 이솜의 ‘연륜’이 느껴졌다. 그러나 ‘소공녀’에 임하며 그녀는 배우로서의 아집이나 체면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촬영 내내 현장에 혼자 나갔어요. 소속사에서는 ‘괜찮겠어?’ 하셨는데 우선 해보겠다고 했죠. 운전도 직접 하고, 스케줄 관리도 혼자 해보고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스태프들의 고생도 새삼 느껴졌어요”

어린 나이에 모델로 데뷔해 꾸준히 일해 온 이솜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위스키와 담배를 사수하기 위해 집을 포기하는 홈리스 캐릭터는 어떻게 이해 됐을까. 그녀는 “저는 아니지만 제 친구들, 주변 지인들만 봐도 영화 안에 있는 캐릭터들과 너무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라며 간접경험을 캐릭터에 녹여냈음을 전했다.
 

상대배우 안재홍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더 조각같은 인상의 배우를 기대하지 않았냐는 농담섞인 질문에 이솜은 “다른 배우는 상상도 안 해봤어요. 극중 한솔이 배역을 안재홍 오빠가 했으면 좋겠다고 감독님한테 이야기 한 것도 저예요. 다행히 오빠가 한다고 해서 너무 좋았죠”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극중 미소 캐릭터처럼 이솜에게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게 있는지 물었다. 이솜은 “매일 마시는 커피요. 그리고 영화를 좋아하니까 영화관에 가는 일? 그런 여유와 휴식들을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빨리 개봉해서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고 싶다”던 이솜. 그녀의 바람대로 영화 ‘소공녀’는 3월 22일 개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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