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채널 다변화 시대다.

20여년 전만 해도 ‘지상파 3사’와 EBS만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몇몇 해외 채널이나 일부 가정에서 유료 가입해야 하는 케이블 TV를 볼 수 있는 환경 또한 극히 일부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케이블 TV의 수많은 채널, 넷플릭스 등 전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유튜브 등 각종 웹 동영상까지 셀 수도 없는 채널이 있다.

그런데 이 많은 채널들 중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종류가 있으니 홈쇼핑이다. 초창기 케이블 TV 시대부터 존재하던 홈쇼핑은 한때 ‘돌려야 할 채널’로 불리며 외면받았다.

그러나 홈쇼핑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품목이 늘어난 데다, 쇼핑도 집에서 해결하기를 바라는 1인 가구와 ‘집콕족’이 늘어나며 오히려 마니아도 많이 생겼다. 여전히 돌려버리는 사람도 많지만 볼 사람은 꾸준히 보는 홈쇼핑의 ‘취향 저격’ 방법들을 들여다본다. 

 

★엔터테인먼트+홈쇼핑

‘돌려버리는 채널’에서 벗어나기 위한 홈쇼핑의 시도 중 대표적인 것이 ‘쇼퍼테인먼트’다.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해 구매를 촉구하기만 하는 기존 홈쇼핑에서 벗어나 재미를 선사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간이 제한돼 있는 홈쇼핑 본방송에서 본격 쇼퍼테인먼트 방송이 이뤄지긴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특히 CJ오쇼핑이 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같은 계열의 엔터테인먼트사인 CJ E&M의 파워가 막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CJ오쇼핑은 CJ E&M의 ‘코미디 빅리그’와 협업한 기획프로그램 ‘코빅마켓’을 27일 밤 10시45분부터 2시간 15분동안 방송한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인기 코너 개그맨들이 TV홈쇼핑에 출연해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tvN '코미디빅리그'의 주요 출연진이 ‘코빅’의 주요 개그 코너를 패러디해 콩트로 꾸미고, 쇼호스트와 함께 직접 상품판매 방송도 한다.

CJ오쇼핑은 2010년 2인조 그룹 UV(유세윤, 뮤지)를 출연시킨 데 이어 2015년 가수 루시드폴과 협업, 정규앨범과 직접 재배한 귤, 엽서 한정판 패키지를 매진시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이돌 최초로 홈쇼핑에 등장한 그룹 슈퍼주니어가 ‘슈퍼마켓’을 통해 직접 의류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드라마 + 홈쇼핑

‘쇼퍼테인먼트’에 예능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드라마와 홈쇼핑의 만남도 등장했다. 다만 서사가 강한 드라마의 특성상 홈쇼핑의 주 목적인 판매가 드라마 진행 내내 나오지는 못한다. 때문에 일종의 ‘반전 광고’ 식으로 홈쇼핑 자체를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많다.

롯데홈쇼핑의 웹드라마 ‘아버지를 찾습니다’는 평생 사과 농사만 지어 온 아버지가 자식들의 다툼에 씁쓸해하며 실종되지만, 결국 꿀사과를 판매하는 홈쇼핑 방송 출연으로 다시 자식들 앞에 나타나는 스토리를 다뤘다. 반전 있는 스토리뿐 아니라 최신 유행(?)인 급식체를 자유자재로 쓰는 아버지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K쇼핑은 실제 쇼핑호스트인 이금빈을 여주인공으로 한 골드미스 웹드라마 ‘그 여자의 방’을 선보이고 있다. 집안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침대에서 굴러다니지만, 택배 기사에게 설레기도 하는 이금빈의 생활을 통해 일상 생활에 필요한 아이템들을 재치있게 소개한다.

K쇼핑은 지난해 자체 제작한 웹드라마로 유명 아이돌 출신인 임슬옹-남규리가 출연한 ‘애나야 밥먹자’를 선보이기도 했다. 홈쇼핑 방송국을 배경으로 스타 쇼핑호스트(임슬옹)와 히키코모리 파워블로거(남규리)가 펼치는 로맨스가 주제로, 곳곳에 K쇼핑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이 등장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컴퓨터, 휴대폰도 필요없는 ‘T커머스’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다양한 컨텐츠의 힘도 있겠지만, 최근 2030세대를 겨냥한 홈쇼핑에 가장 큰 효자 역할을 한 것은 다름아닌 ‘T커머스’다. T커머스란 방송을 보다가 리모콘 버튼만 누르면 구매부터 결제까지 완료되는 시스템으로, 온라인 쇼핑보다도 더 편리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신세계 TV쇼핑, W쇼핑, SK스토어, K쇼핑 등 다양한 채널이 T커머스에 중점을 두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T커머스 시장에는 기존 온라인 쇼핑을 통해 소비자들이 익숙해진 쇼핑몰들이 종종 진출한다. 익숙함과 신뢰가 있는 상태에서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온라인 패션 마켓 ‘하프클럽’, 오프마켓 ‘옥션’ 등이 T커머스 채널에 입점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K쇼핑이 KT 인공지능 TV ‘기가지니’와 함께 업계 최초로 리모콘이 아니라 음성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보이스 페이’를 도입하면서 홈쇼핑에서의 결제 프로세스 간소화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1인가구에서 프로 주부까지…’간편식 유행 초점’

홈쇼핑에는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지만, 최근 가장 핫한 트렌드는 역시 HMR(간편식)이다. 1인 가구뿐 아니라 반찬을 시켜 먹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간편식 시장은 점점 더 팽창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매번 주문하는 것조차 귀찮은 소비자들을 위해 정기배송 서비스가 홈쇼핑에 등장하고, 대규모 간편식 요리대회가 열리는 등 간편식 시장은 계속 커 가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동원홈푸드의 ‘더반찬’과 손잡고 업계에서 처음으로 가정간편식 정기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온오프라인에서 같은 서비스를 주문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더반찬’에 이어 ‘비비고’ 등 유명 간편식 브랜드도 추가 론칭했다.

NS홈쇼핑은 총 상금 1억원을 걸고 가정간편식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이에 관심 있는 소비자의 눈길을 모은다. 5월 3일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열리는 ‘NS 쿡페스트 2018’이다. 가정간편식 요리부문, 건강한 시니어 간편식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사진출처=CJ오쇼핑, 롯데홈쇼핑, K쇼핑, NS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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