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이 있어 시끄럽고 우왕좌왕한 집에 오신 나이 지긋한 손님이 “아이들 소리가 들리니 사람 사는 것 같다”며 “애를 키워보니 더 철드는 것 같죠?”라고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같이 웃으며 “네, 정말 그래요”라고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요즘 밖에 나가서 저런 말씀 하시면 안될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혼자 조마조마했습니다. 최근 ‘싱글족’, ‘비혼족’은 물론 ‘딩크족’에게도 해선 안 될 ‘비매너 코멘트’ 1순위에 해당되는 대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싱글족의 고충과 희로애락에 초점을 맞춘 기사와 콘텐츠가 붐을 이루고, 오픈마켓을 비롯한 다양한 시장에서는 또 그런 싱글족의 공감을 발판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싱글이란 뭔가 서글픈(?) 존재이면서도 ‘대세’ 자리에 있는 묘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미혼인 사람에게 “얼른 결혼해야지”는 물론 아이 없는 부부에게 “언제 낳을 거야?”라든가 “애를 키워 봐야 철이 드는데” 같은 말은 거의 ‘비매너’로 취급받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조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실 아이를 키워봐야 철이 든다는 말은 이제 틀린 말이 된 것 같긴 합니다. 반려동물 키우기는 물론, 유기동물이나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는 싱글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결혼이나 출산을 하지 않고도 ‘누군가를 책임져 보는 경험’을 해 보고 싶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일부 미성숙한 부모들에 비해서도 훨씬 ‘철 들어’ 보이는 모습들입니다. 또 비혼이나 딩크족 중에서도 남에게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비매너 코멘트’는 당연히 실례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도 듣고 싶지 않은 ‘비매너 코멘트’는 분명히 있습니다. “자기 자식이니까 예쁘지, 남들한텐 귀찮을 뿐”,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잘해줘야 하느냐”, “노 키즈 존 아니면 가기 싫다”는 말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하면 솔직히 좀 속상합니다. “아이들이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딱 잘라 싫다고 하나요?”라고 쏘아붙이고 싶은 적도 있었습니다.

누구나 어린아이였고, 그런 자신을 키워주고 받아준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면 “누가 낳아 달랬느냐”고 내뱉기도 합니다. “비뚤어질 테다”라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독기 서린 말을 할 필요는 없을 텐데요.

포털 기사의 댓글이 여론의 전부라고는 당연히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천재적인 수준의 명대사들도 나오기 때문에 종종 읽어봅니다.

결혼과 출산 수가 점점 줄고 있다는 기사에 “헬조선에서 애를 왜 낳아? 키우기는 더럽게 힘들고 돈은 억대로 들어간다”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재댓글로 누군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의 부모님에게 효도하십시오”라고 적었습니다. 정말 ‘사이다’가 따로 없더군요.

싱글이든 부모든 딩크든, 서로에게 ‘비매너 코멘트’만 삼가도 좀 더 사이다 같은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작정 서로 ‘뭘 모른다’, ‘철없다’, ‘싫다’만 반복해 가지고는 될 일도 안 될 듯합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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