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수 겸 안무가 김성현(31)이 현대무용단 LDP 제18회 정기공연(3월23~25일·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이념의 무게’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2010년 LDP에 입단한 김성현은 숱한 공연에 출연하며 여러 안무가들에게 강한 힘이 돼준 믿음직한 프로 무용수다. 9년째 몸담고 있는 LDP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책임감, 존재감을 형성해준 둥지이기 때문이다.

김성현에 대해 평론가, 동료·선후배들의 평가는 엇비슷하다. 독특한 신체 움직임과 더불어 감정이 워낙 잘 우러나 표정연기, 전달력이 강점이다. 동갑내기 절친이자 한예종 무용원 동기인 현대무용수 임샛별은 “춤출 때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한다. 그래서 표현력이 좋다고들 말한다. 컨셉을 동작화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신체를 활용한다. 도구화시키는 장점이 빼어나다”고 평가한다.

경북 포항 태생인 그는 중학생 시절 힙합댄스를 추다 영일고 1학년 때 주변 선생님들의 권유에 힘입어 현대무용으로 터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사와 전문사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서강대 영상대학원 영화과에 입학, 영상 및 다큐멘터리를 공부하고 있다.

 

 

2010년 제40회 동아무용콩쿠르 은상, 2013년 그리스 헬라스 무용콩쿠르 대상, 2013년 일본 후쿠오카 국제무용콩쿠르 금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불편한 진실’을 시작으로 안무가로도 맹활약을 펼쳐왔다. ‘동상이몽’ ‘파장’ ‘블랙박스’ ‘로기와 나’ 등 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예술 협업 및 융복합 프로젝트 단체 ‘아트 그룹 몽타주’를 창단해 첫 무용작품으로 ‘메트로폴리스-손과 머리의 경계’를 만들어 전국무용제에서 선보여 은상을 수상했다.

“여러 예술의 협업과 융복합을 위해 창단했어요. 미술 및 영화기법 용어인 ‘몽타주’처럼 기회가 되는대로 타 장르간 ‘조립’을 시도해 보려고요. 평소 무용작품이 구상·기획돼 완성된 형태로 무대에 올려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구상하고 있어요, 제가 영화 예술장르에 개입하는 건 딱 그 정도까지일 것 같아요.”

‘이념의 무게’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다양한 폭력적인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 속 6명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상징과 의미로 역할하고, 이미지의 향연으로 완성되는 무용극이다. 전쟁, 폭력장면은 라이브 캠 영상으로 활용하고 움직임과 영상의 상호작용을 적극 활용한다.

 

 

“영상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접하게 된 1920년대 표현주의 고전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모티프를 얻었어요. 지배층-피지배층의 상하관계, 노동자들의 이야기예요. 과거 히틀러가 행한 다양한 폭력의 형태가 현대에도 세련된 방식으로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폭력의 순환고리에 주목했죠. '시간의 흐름 통해서 사람은 이성적 진화를 꼭 해야한다'를 전하고 싶었어요.”

‘안무가’ 김성현은 그동안 소극장 공연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메트로폴리스’를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두 번째 대극장용 작품인 ‘이념의 무게’는 전작과 전혀 다르면서도 사회성 짙은 분위기, 소품, 출연 무용수 면면에 있어선 비슷하다.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은 흥미가 다소 떨어졌어요. 너무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이념의 무게에 좀 짓눌려서(웃음)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영화가 너무 좋아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독립영화 스태프로도 참여해보고, 배우로도 출연해 봤는데 힘들더라고요. 무용수나 배우나 표현하고 연기하는 건 동일하다고 하는데 카메라 앞에서 흡수되지 못하는 느낌 탓에 감독에게 엄청 혼났어요. 무대는 아무래도 오랜 시간 연습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비해 영화는 현장성이 중요하니까, 다르죠.”

 

 

현역 무용수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창조하는 안무가로서도 활약 중인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안무가나 무용수나 제일 중요한 건 존재감일 거예요. 아티스트에게 존재감이 없다면 생명력이 없는 느낌일 테니까요. 안무를 하다 보니 무용수일 때 몰랐던, 당황스러운 부분이 많더라고요. 안무 외적으로 스트레스가 굉장히 많이 생기죠. 그래도 안무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너무 많아요. 무용수와의 관계도 그렇고요.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제 판단이 틀릴 수 있으니까 무용수의 창의적인 부분은 충분히 보장돼야 해요. 오히려 무용 경험이 없더라도 감각이 좋으면 저보다 더 정답에 가까울 수 있으니까.”

김성현은 안무가로서 자신의 결을 찾고 싶다. 무용단체들마다 뚜렷한 색깔이 있듯이 자신 역시. 그걸 찾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돼야할지 몰랐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과를 갔다. “내 삶이 꼬였으면 좋겠다”는 삭발의 춤꾼으로부터 ‘똘기’ 충만한, 범상치 않은 아티스트 향기가 진동했다.

 

사진= 이진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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