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도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던 퀴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이 22일 개봉하며 관객들과 마주했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을 비롯해 전세계 영화제 70관왕을 달성한 영화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과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환상적인 케미로 관객들을 완벽히 매료시키고 있다.

영화를 재밌게 본 관객들을 위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트리비아 여덟 가지를 정리했다. 배우들의 캐스팅부터, 촬영 중 생겨난 에피소드, 속편 제작까지 흥미로운 이야기의 향연이다.

 

1. 감독의 원픽 캐스팅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와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는 따로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그야말로 두 배우는 각각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원픽이었던 것이다. 감독은 2010년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 나온 아미 해머를 보고 올리버 역할에 캐스팅을 결심했고, 영화 출연을 고민하는 해머를 오랜 시간에 걸쳐 설득했다고 한다. 티모시 샬라메의 경우 2013년에 에이전트를 통해 소개를 받았으며, 수년 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제작을 결정한 뒤 감독이 먼저 연락을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미 해머와 티모시 샬라메는 딱히 케미스트리 테스트를 거치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그림같이 잘 어울릴 것이라는 감독의 신뢰가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두 말 할 것 없이 완벽한 조합을 이뤘고, 전 세계에 무수한 커플 팬을 양산하기에 이르렀다.

 

2. 티모시 샬라메가 제일 일찍 이탈리아에 온 이유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는 촬영 5주 전, 배우들 중 가장 먼저 영화 촬영지인 이탈리아 크레마에 도착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1983년 시절의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현지의 또래 친구들을 사귀는 등 완벽하게 엘리오에 동화되기 위해서다.

이미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보유하고 있던 샬라메는 크레마의 작곡가 로베르토 솔치에게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와 기타 수업도 병행하는 강행군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생활하며 5주 정도 지났을 때, 촬영을 위해 아미 해머가 크레마에 도착했다. 5주 내내 이탈리아어에 파묻혀 살아야 했던 샬라메는 “이제야 영어로 대화할 사람이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원작 소설 '그 해, 여름 손님'

3. 못 볼 뻔 했던 복숭아 장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상징은 단연 복숭아다. 화제의 복숭아 장면은 소년 엘리오의 왕성한 호기심을 묘사하는 동시에, 엘리오와 올리버가 가까워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순간을 그린다. 애초에 복숭아 장면은 가능성(?)의 문제로 촬영 계획이 없었으나, 추후 촬영이 결정되면서 배우들을 당황케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복숭아 장면은 무리 없이 완성됐고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 올리버의 댄스 본능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장면으로는 올리버가 넘치는 흥과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기는 장면을 언급하고 싶다. 싸이키델릭 퍼스의 ‘Love My Way’가 흘러나올 때마다 유독 댄스 본능이 발동하는 올리버, 80년대에는 잘 추는 것처럼 보였을(사실 에디터는 80년대에 살아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춤 실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하지만 올리버 역의 아미 해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은 생전 춤과 거리가 멀어 댄스 장면을 찍는 것이 가장 고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심지어 음악도 깔리지 않은 상태에서 흥을 폭발하는 척 해야했다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와중에도 최대한 아저씨처럼 추려고 노력했다는데 그건 확실히 성공한 듯하다.

 

5. CG로 제거한 올리버의 그것

색깔별로 등장하는 짧은 수영복은 올리버가 지닌 관능미의 상징이다. 하지만 수영복은 물론 계속 짧은 기장의 팬츠만 입다 보니, 편집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그래픽 처리가 필요했다는데… 그 이유는 바지와 수영복 아래로 아미 해머의 고환이 계속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란다(;;). 중요한 장면에서도 해머의 고환이 계속 돌출하다보니, 결국 나중에는 CG로 지워낼 수밖에 없었다고 구아다니노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전했다. 티모시 샬라메 또한 이에 대해 “영화 어딘가에 지워지지 않은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이스터에그처럼”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6. 관객들 압도한 마지막 장면

울고 있는 엘리오의 얼굴 위에 모닥불이 내려앉는 마지막 장면은 샬라메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장면은 총 세 번에 걸쳐 촬영됐는데, 티모시 샬라메는 감독으로부터 첫번째 촬영에선 절제를 하고, 두번째엔 덜 절제하며, 세번째에는 쏟아붓듯이 연기하도록 요구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결국 영화에 사용된 건 두번째 촬영분이었다.

카메라에 얼굴이 근접한 상태에서 감정 연기를 하기란 굉장히 어려웠을 터. 티모시는 당시 작은 이어폰을 끼고, 영화에서 흘러나왔던 사운드트랙 'Vision Of Gideon'을 들으며 감정을 잡아 연기를 펼쳤다. 상대역 아미 해머는 그 장면에서의 티모시의 감정 연기가 자신이 이제껏 봐온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연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티모시가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모은다.

 

7. 원작자도 만족한 각색

영화와 원작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말로 가닿는다. 원작에 비해 더 깔끔하고 아련하게 마무리 된 영화의 결말은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에 빛나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는 각색 작업을 거쳐 많이 축약되고 달라졌지만, 원작자인 안드레 애치먼은 대체적으로 만족을 표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결말의 경우 자신이 쓴 원작의 결말보다 더 마음에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8.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5년 후

올리버와 엘리오의 관계, 정말 일말의 희망도 없는 걸까? 슬픈 결말의 아쉬움도 잠시. 최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큰 인기에 힘 입어 속편 제작을 확정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현재 원작자 안드레 애치먼과 속편의 내용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5~6년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영화의 주역인 티모시 샬라메와 아미 해머 역시 그대로 출연할 예정. 특히 아미 해머는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당연히 출연하겠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틸, 예고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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