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페이스북 ‘미투(Metoo·나도 당했다)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이화여대의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와 ‘음악대학 관현악과 A 교수 성폭력 사건 비상대책위원회’가 작성한 글이 올라왔다.
 

(사진=연합뉴스)

글에 따르면 이화여대 관현악과 전공 지도교수 A씨는 개인 레슨 시간에 학생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이는 A씨가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여 년간 지속돼 온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안겼다.

학생·소수자 인권위는 “이런 행위들이 소수에게 이뤄진 게 아니라 (피해자가) 수십 명에 달할 정도”라며 “선배와 전공 선생님들께 해당 교수를 조심하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이번 사건이 잘못되거나 묻힐 시에 저희는 다시는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수도 있다”라며 A씨가 여러 오케스트라 입단 시험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앞서 정년 퇴임한 B 교수가 연구실에서 학생을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와 학교 측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이어 관현악과 전공 교수 A씨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는 미투글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정말 심각한 사안을 폭로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으면 이 사건은 금방 묻힐 것이고 그러면 다시는 공론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선 저는 음악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최근 미투운동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저희 학교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도 음대 관현악과의 S교수를 저격한 글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S교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성추행을 수십 년간 자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S교수는 학교 안에서나 음악계에서나 매우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S교수는 전공 레슨이 교수 연구실에서 1:1로 진행된다는 점을 이용하여 자세교정을 빌미로 가슴 가운데 명치나 허리를 만지는 식의 추행을 하였고, 자신의 터무니없는 의학지식을 동원해 건강에 좋다는 핑계로 예민할 수 있는 부위들을 마사지 하거나 침을 놓는 등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았습니다. 또한 듣고 있기 힘들 정도의 성희롱적 발언과 학생들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언행들을 노골적으로 행해왔습니다.

일련의 성범죄들은 S교수가 교수로 부임한 이래로 20여 년간 지속되어온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무마된다면 S교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제보자를 색출할 것이고 그 이후에 이어질 2차 가해는 어떤 방식일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성추행 수법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고, 후배들은 더욱 강압적인 환경 속에서 대학에서의 4년을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저희는 용기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잘못되거나 묻힐 시에 저희는 다시는 음악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관현악과 학생들 다수는 졸업 후에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거나 대학 강사로 부임하게 되는데 S교수는 여러 오케스트라 입단 시험의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피해자가 숨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왜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어야 합니까? 왜 성범죄자가 떳떳하게 대학교수라는 명예를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아야 합니까? S교수는 이화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사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아무 힘도 없는 학생들을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희롱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벌을 받아야 할 때입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이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한 저희에게 힘을 실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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