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 王자’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개천절인 3일에도 공방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여야 대선후보들이 윤 전 총장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 MBN 유튜브 영상캡처

그동안 윤 전 총장은 쩍벌, 도리도리 등 몸에 밴 태도와 ‘1일 1실언’과 같은 정책 및 철학의 빈곤으로 입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王자’ 이슈는 과거의 논란과는 결이 달라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주나 점을 보고, 부적을 마련하거나 굿을 하는 행위는 개인의 선택 사안이다. 하지만 공인이 그것도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아무리 실수라 하더라도 공공장소에서 이를 드러내는 건 부적절하다. 그러다 보니 ‘부적대선’이란 용어까지 등장했다. 한술 더떠 '개명·속옷' 공방에 이어 ‘손가락 씻기’ 해명 등이 꼬리를 문다. 중차대한 대선 경선 과정이 희화화되는 건 정치인-국민 모두에게 불행이다.

더욱이 우리에겐 아픈 역사가 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비선실세’로 군림했던 최순실의 오방색 타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온 우주의 기운”과 같은 발언에 식겁했고, 결국 두 사람은 국정농단으로 인해 수감됐다. 손바닥 안 ‘王’자에서 그들의 망령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는 윤석열 전 총장 고유의 이미지에 심대한 균열을 일으킬 대목이다. 이런저런 논란에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빠지지 않고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권에 맞서 싸울 ‘강단’이었다. ‘나쁜 남자’ 신드롬처럼 공정과 상식, 도덕성에서 결함이 있더라도 보수성향 지지자들은 그의 당찬 결기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강한 남자’가 부적과 주술에 의존할 만큼 나약하다? 본인의 강력 부인에도 지지 철회를 고민할 법한 요인이다.

사진=MBC, 채널A 영상캡처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윤 전 총장의 설득력 없는 해명 및 윤석열 캠프의 거짓 해명, 연이은 말 바꾸기였다. 안일한 대처다.

2일 윤 후보 측 대변인은 “동네 사는 지지자가 응원의 의미로 써줬다” “5차 토론회가 처음이었다” “손 세정제로 지웠는데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거짓말임이 이내 드러났다. 3차, 4차 토론회 때도 영상에 ‘왕’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튜브에선 손 세정제로 유성펜 글씨를 말끔히 지워내는 동영상이 나돌기까지 했다.

다음날 윤 전 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같은 동네 사시는 할머니께서 써준 것” “열성 지지자가 그렇게 하니 뿌리치지 못했다” “처음엔 가로로 줄을 긋고 점 3개를 찍기에 왕자인 줄도 몰랐다. 세 번째 토론 때 글씨가 커서 ‘왕자입니까’ 물었더니 ‘기세 좋게 토론하라는 뜻’이라고 하더라”란 좀 더 자세한 해명을 내놨다.

해명에도 의구심은 증폭됐다. 접촉을 기피하는 코로나19 방역시대에 모르는 사람이 자신의 손에 글자를 새기는 것을 어떻게 놔둘 수가 있으며 국민의 공복인 대통령을 전제주의 시대의 군림하는 ‘왕’으로 오인될 법한 글자를 어떻게 용인할 수 있었을까.

“국민을 얼마나 바보로 생각하면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가. 토론이 겁나 후보가 부적을 붙이든 굿을 하든 자유이나 국민을 속이려 해선 안 된다. 무속에 의지하는 후보와 거짓말하는 참모들, 절대 국가 권력을 쥐어선 안될 사람들이다”란 유승민 캠프 대변인의 논평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한둘이 아닐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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