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발 ‘개’ 관련 막말에 시끄러운 요즘이다. 아무 죄 없는 견공들은 정치적 레토릭에 소환돼 ‘의문의 1패’를 당한 꼴이다.

 

김성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JTBC '썰전' 방송 캡처]

앞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을 '미친 개' '사냥개'라고 비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자로 공천하기 위해 영입한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를 두고 "제가 들개 조련사로서 배 전 아나운서를 조련시키겠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 '개'를 언급한 두 정치인은 지난해 바른정당 탈당 후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며 '철새'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다른 정당들이 비판성명을 연이어 발표하자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 원내대표의 들개 정신은 잘못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온몸으로 저항하는 우리 당의 정신"이라며 "들개는 협치를 내치고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집권에 골몰하는 당신들을 국민 앞에 꿇리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 역시 경찰 내부 커뮤니티에서 ‘항의 인증샷’을 릴레이로 올리며 사과를 촉구하자 “정권의 사냥개가 돼 벌이는 충성경쟁부터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들개가 저항정신의 아이콘인지는 잘 모르겠다. 동물사전을 살펴보면 들개는 10마리 이상이 떼를 지어 먹잇감을 습격하고 탈진할 때까지 추격하는 것으로 특징을 묘사한다. 김 원내대표가 초보 정치인에게 ‘근성’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였으리라 짐작한다. 그런데 대중에게 들개는 한번 물면 놓치지 않는 사나운 이미지로 연상된다.

그간 자유한국당에선 ‘바퀴벌레’ ‘연탄가스’ ‘주사파’ ‘겐세이’ 등 막말들이 속출했던 지라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신참에게 거센 발언을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될 소지가 많다.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전직 아나운서이니 만큼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절제와 품격 있는 말을 기대했을 터다.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 장점을 키워주는 게 낫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려 애쓸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미투운동이 함의하고 있듯, 권력을 가진 자의 위력과 위계로 인한 일탈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 시기에 누군가를 특히 여성을 지칭해 “들개로 조련시키겠다”는 표현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정치를 과격한 투쟁의 산물로 보는 측면에서나, 자신보다 지위가 낮은 사람의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여긴다는 점에서.

장 대변인의 “사냥개” “광견병”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 논평은 아무리 현 정부와 검·경의 정치보복을 주장하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에 대해 험한 표현을 써가며 모독한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반려동물인구 천만 시대와 역행하는 ‘문제적’ 발언이기도 하다.

광견병에 걸린 개라도 신고 및 격리 후 적법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지 직접 몽둥이로 내려쳐야할 학대 대상은 아니다. 동물의 권리, 동물에 대한 사회적·법적 보호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비유다.

민주평화당은 23일 “꼭 '개'라는 단어를 써야 본인들의 의사가 제대로 표현된다고 믿는지, 그런 말을 쓰면 자기 자신이나 소속 당이 똑같이 그런 대접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러는지 묻고 싶다"는 비판 논평을 냈다. 반려견주로써 덧붙이자면 어줍지 않은 저항정신의 상징으로도, 혐오대상으로도 엄한 개를 엮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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