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16부작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이 25일 막을 내렸다. 제목처럼 결말은 회색빛이었고, 비극이었다. 사랑과 욕망을 품었던 주인공들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걸어들어갔다. 안방극장 드라마의 문법과는 다른 분위기와 전개에도 시청자들은 매료됐다. 방영 내내 드라마 화제성 1위, 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성인멜로

2030세대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나 중장년층을 겨냥한 가족드라마, 그들이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극으로 획일화된 브라운관에 ‘미스티’의 색깔 짙은, 격정적 성인멜로는 오랜만이었고 신선했다. 40대 연기자들이 포진한 사랑이야기라고 ‘성인멜로’ 딱지를 붙이는 건 형식논리다. 주인공들의 복잡다단한 내면, 그들을 둘러싼 가치전도의 시대적 풍경이 멜로드라마에 적절히 녹아들었기 때문에 ‘성인취향’ 레테르를 당당히 내걸었다. 그리고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목말랐던 시청자를 소구할 수 있었다.

 

#공감캐릭터

신분상승의 마지막 사다리에 올라탄 뒤 성공이란 이름의 열차에 몸을 실은 앵커우먼 혜란,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욕망과 질투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변호사 태욱, 남편에 대한 집착으로 자신의 삶을 폐기처분한 은주, 첫사랑에 대한 헌신으로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진 명우 모두 결핍 많은 인간들이었다. 누군가는 타국으로 떠났고, 누군가는 죽음을 선택했다. 살아남은 자는 과연 행복할까. 간단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성인들에게 극중 인물들은 대리만족의 '판타지'가 아니라 짠내 나는 ‘리얼’이었다.

 

 

#장르콜라보

‘미스티’는 추적 스릴러, 미스터리, 치정멜로, 사회성 짙은 드라마, 법정극, 언론드라마를 융복합했다. 케빈 리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범이 누구인지를 추리해가는 두뇌플레이를 벌이는가 하면 부패한 정치권-재계-검찰-언론계 카르텔에 당하고 응징하는 사이다 쾌감을 안겨줬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고, 결말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점으로 인해 관극의 서스펜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됐다.

 

 

#황금빛출연진

성공과 야망의 화신인 앵커우먼 고혜란 역 김남주는 배우로서 대단한 성취를 거뒀다. 캐릭터 밀착도, 연기술, 스타일링 모두를 장악했다. 밋밋한 젠틀남으로 갇혀버릴 법했던 강태욱 캐릭터를 회를 거듭할수록 입체적으로 몰고 간 지진희의 변신, 전혜진의 스펙트럼 넓은 감정연기, 조연진인 이경영 안내상 김수진 진기주 남경읍 김보연의 든든한 캐릭터 연기는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했다.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한 뮤지컬배우 임태경은 다소 어색한 점이 있었으나 혜란바라기의 순수함을 살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또 하나의 출연진인 가수 이승철은 테마곡 '사랑은 아프다'로 이 성인취향 멜로물에 호소력을 더했다.

 

사진= JTBC ‘미스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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