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탐구와 성찰을 이끌어내는 극작가 고연옥과 텍스트를 집요하게 분석해 강렬한 연극성을 펼쳐내는 연출가 김정이 ‘처의 감각’ 원작을 무대화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는 2018년 시즌 프로그램 첫 번째 작품으로 ‘처의 감각’을 오는 4월5일부터 15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삼국유사 웅녀 신화를 모티프로 ‘처의 감각’은 2015년 벽산희곡상 수상작으로, 2016년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이었던 ‘곰의 아내’(각색·연출 고선웅) 각색본으로 올려진 바 있다. 강력사건과 신화를 미묘하게 결합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는 고연옥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아이를 버리는 모성과 웅녀신화를 결합한다. 작가는 신화 구조를 차용해 우리 사회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속에서 경계를 넘어버린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어린 시절 곰과 살았던 여자가 곰을 버리고 인간세계로 들어갔지만, 인간들의 잔인한 본성에 환멸을 느끼고 인간세계에서 가장 약한 존재가 돼 다시 곰의 세계로 들어가는 여정을 담는다.

연극 ‘손님들’을 통해 고연옥 작가와 호흡을 맞춰 지난해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희곡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쓴 김정 연출은 여자(곰아내)와 남자(남편)가 만나게 되는 인물군상을 통해 자신의 감각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여자와 자신의 감각으로부터 도망치려는 남자를 오버랩시킴으로써 인간세계를 겪고 곰의 세계로 돌아가려는 여자가 품고 있는 강한 생명력과 근원의 회복을 드러낸다.

타인에 의해 부서져 가는 세계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후에야 자신의 감각과 마주하게 되는 여자(곰아내) 역은 현대무용가 윤가연, 타인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남자(남편) 역은 배우 백석광이 맡는다.

또한 이 작품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극장의 ‘하이델베르크 희곡축제’에 공식 초청돼 다음달 말 독일어 낭독공연을 연다. 완성된 무대공연이 아닌 희곡 형태로 우리나라 창작희곡의 동시대적인 교류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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