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극장가 성수기를 맞아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속속 개봉하는 가운데 예술영화나 실험영화를 즐기는 영화팬들이 손꼽아 기다릴 만한 영화들도 연이어 개봉한다. 할리우드 영화들의 거대한 화면에 지쳤다면, 오밀조밀 세심한 이야기가 살아있는 이 영화에 주목해보는 건 어떨까?

 

 

프랑코포니아

1940년 독일군에 점령된 파리. 전쟁 한가운데서 나치의 예술품 약탈에 맞선 두 남자가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관장 자크 조자르(루이-도 드 렝퀘셍)과 나치 당원이었지만 예술을 사랑했던 프란츠 볼프 메테르니히 백작(베냐민 우체라트). 적으로 만났지만 루브르의 예술을 지키기 위해 협력하는 두 남자의 감동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크게 세 축으로 얽혀있다. 1940년 과거 시점의 이야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밤마다 루브르 박물관을 떠도는 나폴레옹과 마리안느 유령의 이야기는 판타지가 가미된 ‘다큐-판타지아’ 형식을 취한다. 현실과 환상이 섞이고, 내레이션을 맡은 감독이 극중 인물과 대화하는 파격도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1시간 28분. 12세 관람가. 16일 개봉.

 

 

삼례

신작 구상을 위해 삼례로 내려간 영화감독 승우(이선호)는 그곳에서 소녀 희인(김보라)을 만난다. 희인의 신비로운 기운과 당돌함에 매력을 느낀 승우는 그녀와 함께 특별한 삼례 여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승우는 삼례와 희인에 점점 빠져들며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기이한 영감에 이끌린다.

등장인물 승우의 로드무비 같은 형식을 취하는 ‘삼례’는 확실한 메시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이 얽히고 상징적인 이미지를 중간중간 삽입해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치 고전 명작 미술작품을 보는 듯 생각보단 감각을 요구하는 듯하다. 러닝타임 1시간 34분.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서프러제트

20세기 초 영국, 세탁공장 노동자인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는 ‘서프러제트’무리를 목격하고도 무덤덤했던 그녀. 그러나 여성이란 이름 앞에 무너져 내린 정의와 인권 유린의 세태에 분노하고 부당함에 맞서기로 마음먹는다.

‘서프러제트’는 여성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다거나 여성 참정권의 당위성을 ‘선동’하지 않는다. 대신 엄마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남성보다 낮은 임금에도 노동을 감수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담히 그릴 뿐이다. 현실과 맞닿은 인물을 소묘하며 관객들 스스로 불합리함을 깨닫게 만든다. 러닝타임 1시간 46분. 12세 관람가. 6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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