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연기 경력의 골드미스 김혜수가 ‘굿바이 싱글’ 카드를 꺼냈다. 대한민국 대표 독거스타의 임신 스캔들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인기 하락곡선에 접어든 스캔들 메이커 여배우 고주연을 맡아 정석적 연기와 능란한 코믹호흡을 발산한다. 개봉(6월29일)을 앞두고 삼청동 카페 웨스트19에서 시원한 숏컷의 여배우를 만났다. 그녀가 써내려간 싱글레터.

 

 

Dear U

3년 전 ‘가족계획’(‘굿바이 싱글’의 원제)과 누아르 ‘소중한 여인’을 먼저 결정한 뒤 ‘차이나타운’ 출연을 결정했어요. '굿바이 싱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진심이 반짝반짝했죠. 하고자하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재밌는 이야기로 웃겨 보겠다’가 아니라 ‘재밌게 하면서 많은 분들과 공감하고 싶다’였으니까.

 

“몇년간 미혼모센터 자원활동”

싱글 생활을 오래 해온 저로선 16세 여중생 단지(김현수) 그리고 갓난아이와 만들게 되는 유사가족이 가장 크게 다가왔어요. 나와 긴밀하게 내면을 셰어하고 위로받고 격려해주는 ‘내 편’이 필요하잖아요. 영화에 담긴 그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죠. 과거 몇 년간 미혼모센터 자원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원하지 않았음에도 미혼모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해요. 아이를 버리게 되는 사회적·법률적 한계가 있고요. 꿈을 위해 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 선진사회가 아니죠. 국가를 이를 보호하고 지원해줘야 해요.

우리는 분명 사랑을 줘야하고 위안 받아야하는 존재잖아요. 앞으로 살날도 많은데. 그런데 인연을 나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얼굴을 맞댄 소통보다 휴대폰 텍스트에 더 많이 의존하니 더 고립되고 위태로워질 거고요, 분명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해요. ‘굿바이 싱글’은 그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배우의 배우 연기, 고민과 공감”

42세 톱여배우 고주연. 사고뭉치이자 스캔들 메이커죠. 생각의 깊이는 얕지만 감정을 포장하거나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랬던 고주연이 어느 순간 사회적 소수자의 아이콘이 돼버려요. 그녀로부터 인간이 보였고, 가감 없이 드러나는 미성숙과 결핍이 좋았어요. 제가 이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김혜수가 자신의 한 부분을 연기하겠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셨을 거예요. 배우가 배우를 연기한다는 거, 장단점이 분명하니 많이 고민했죠.

우리가 선택한 이야기, 장르에서 최적화된 캐릭터가 고주연이더라고요. 타인의 배려에 익숙하고 화려해 보이나 외로운 직업군인 배우, 실체는 미성숙한 결핍덩어리 주연과 어린 나이인데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철든 단지가 각자의 욕망으로 관계를 맺은 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점이 여배우 연기의 고민을 말끔히 지워줬어요.

 

“난 FM배우...코믹센스 없어”

코미디를 잘 못해요. 유연성이 떨어지는 건가 싶어요. 차승원 마동석씨를 보면 진짜 말 같은 대사를 애드리브로 구사하는데 전 그런 센스가 별로 없어요. 과거 코미디 장르 히트작들은 시나리오에 있는 걸 잘 찾아내지 못하거나 어려워해서 위축됐거든요. 불안심리가 있어서 뭘 더하려 했고요. 그런데 이번엔 미술대회, 뉴스룸 인터뷰 장면 등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 기특했어요. 대본상 캐릭터 구축이 워낙 탄탄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배우는 코믹연기할 때 코미디를 의식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이야기의 개연성을 가져가며 캐릭터와 상황을 절묘하게 매치시키는 게 어렵지만 관건이죠. 무슨 연기이든 전 배우로서 FM인 듯해요.

 

 

“신진 감독들과 연이은 작업”

한준희(차이나타운), 김태곤(굿바이 싱글), 이안규(소중한 여인)...신진 감독들과 연이어 작업하게 됐어요. 거장들이 함께 하고 싶은 배우는 아닌가 봐요. 후후. 프로 감독들의 경우 경험에서 오는 연륜이 분명히 있어요.

뉴 페이스들은 검증 받지 않았지만 불안정성까지 포함한 새로운 시선과 패기란 장점이 있잖아요. 가보지 않은 길을 처음 가는 사람들의 시행착오는 상호보완해서 그들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게 배우인 우리의 역할이자 임무겠죠. 공교롭게 제가 출연한 영화들은 대부분 감독들이 데뷔작 아니면 두 번째 작품이었어요.

 

“중심에 서느냐 여부 No중요”

제가 중심에 서지 않아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뚜렷하면 저는 해요. 그렇게 참여한 작품들도 꽤 많았고요. 다음으로는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수행해낼 가능성이 있느냐죠. 작품, 캐릭터에 욕심을 느껴도 역량이 되질 않으면 할 수 없어요.

요즘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없다는 우려가 많잖아요. 여성이 주도적인 작품들 수, 분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역의 정체성에서 얼마나 다면적인 여성을 다루느냐, 제대로 된 여성이나 그간 소개되지 않은 여성을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여주인공인 영화 10개가 개봉하면 뭐해요? 캐릭터에 있어서 여성이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런 면에서 샤를리즈 테런 주연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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