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녹(37·뮤지컬 연극배우)

 

 

 

 

1. 음악

혼자 있을 땐 항상 플레이 버튼을 눌러놓고 있다. 어떤 날은 힙합, 어떤 날은 재즈 그리고 클래식. 가장 만만하고 편리한 외로움 해소 창구. 친구들이 다 결혼해서 만날 수도 없고, 대화 상대도 없다보니 나도 모르게 컬렉션 습관이 생기고 있다. CD 모으기도 그 일환이다.

 

2. 다이하츠 코펜

일본 도요타 계열 경차인 다이하츠 코펜이 내 애마다. 힘들거나 그러면 여름이건 겨울이건 뚜껑을 연채 드라이브에 나선다. 집이 인천 쪽이라 파주 등지를 다니고, 시간이 여유로울 땐 양평까진 진출한다. 굉장한 위안을 준다.

3. 런치&톡

대학 선후배, 뮤지컬계 선후배들과 낮에 밥 먹으면서 대화 나누는 게 낙이다. 예전엔 저녁 때 뭉쳐 술과 고기를 먹으면서 놀았는데 이젠 그러기가 힘들어졌다.

 

4. 혼여

어느새 혼자 즐기는 게 익숙해졌다. 여행도 주로 혼자 다닌다. 작년 가을엔 혼자 대관령을 다녀왔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기에 앞으로도 혼여는 껌딱지처럼 나와 동행할 것 같다.

 

5. 20대 직딩 경험

20대 때 소프트웨어 회사의 마케팅파트에서 1년6개월간 근무를 했다. 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1년을 근무했다. 마케팅, 디자인, 고객관리 등 여러 파트에서 일을 했다. 그러면서 조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사회 속 인간관계를 배울 수 있었다. 배우만 했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소중한 체험이다. 이런 경험 덕에 뮤지컬배우를 하면서도 투자·제작사, 홍보사 시스템 및 관계를 이해하고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

 

6. 판타스틱스

회사원 시절 스트레스가 심했을 때 처음 봤던 라이선스 뮤지컬 ‘판타스틱스’. 그때만큼 배가 찢어지게 웃었던 적이 없었다. 그 덕에 1주일을 행복하게 지냈다. 관객으로서 인생 뮤지컬을 꼽는다면 단연 이 작품이다.

7. 기독교

어린 시절엔 반감을 가지고 있다가 20대에 기독교를 믿게 됐다. 일요일에도 이어지는 공연 때문에 주일예배를 보기가 힘들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예배를 드리려 한다. 내 삶의 중심을 잡아준다.

 

8. 가족

20대의 나에겐 힘든 관계였다. 아버님이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셨고(지금은 완치되셨다), 가세는 기울었다. 난 자리를 잡지 못할 때였다. 모든 게 안정이 되고, 내가 30대 중후반으로 들어선 뒤에는 그렇게 좋을 수 없다. 한지붕 아래서 서로 위하며 살고 있다.

 

9. 필라테스

몸의 균형을 위해서 시작했다. 발레 하는 친구가 있어서 서로 춤과 노래를 가르쳐주면서 함께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근력운동은 꾸준히 해오고 있다.

 

10. 필모그래피

2007년 뮤지컬 ‘알타보이즈’ 이후 ‘캣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팬텀’ ‘쓰릴미’ ‘보니 앤 클라이드’ ‘로미오 앤 줄리엣’ ‘카르멘’ ‘레베카’ ‘록키호러쇼’ ‘스칼렛’ ‘자니 돈트’ ‘모차르트!’ ‘쉬어 매드니스’ ‘보도지침’에 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 공연을 앞두고 있다. 배우로서 인정받기 위해 줄달음질쳐온 나의 소중한 흔적이다. 싱글라이프에서 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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