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와 노소를 가리지 않는 1인 가구의 증가,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비혼’ 트렌드, 결혼했다 해도 아이 없이 사는 딩크(Dink) 족 등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 벗어난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제 젊은 부모와 한 명 또는 두 명의 아이가 활짝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도무지 맞지 않는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이와 함께 ‘가족 아닌 가족’들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예능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여기저기 새로운 소재로 등장 중이다. 여러 매체에서 혈연이 이어져 있는 가족은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 함께 살고 있거나 그러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물론 실제로 드라마나 영화처럼 극적으로 어디선가 가족이 튀어나오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적어도 최근 몇 년간 등장한 다양한 픽션들 속은 물론 현실에서도 ‘혈연 없는 가족’의 형태가 이제 아주 낯설지는 않게 됐다. 

 

★드라마틱한 가족의 ‘갑툭튀’…’당신의 부탁’

4월 개봉을 앞둔 영화 ‘당신의 부탁’이 바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가족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남편과 사별한 32세 여성(임수정)이 죽은 남편의 아들인 16세 소년을 아들로 맞이하는 스토리다.

불과 십여년 전의 감각으로도 ‘창창한’ 30대 초반 여성이 피도 섞이지 않은 10대 아들을 혼자 키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물론 실제로 여전히 어려운 결정이긴 하다. 그러나 극에서라도 이런 설정이 가능해진 것은 이제 한 여성이 배우자 없이도 혼자서도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고, 나아가 혈연이 아닌 가족과도 함께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영원한 내 편 만들기 시도, ’굿바이 싱글’ 

2016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굿바이 싱글’은 독신 톱스타 여배우 주연(김혜수)이 가족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벌이는 ‘임신 스캔들’을 그렸다. 입양을 시도하지만 자격이 없고, 그렇다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상황도 아닌 주인공은 미혼모가 될 예정인 10대 단지(김현수)를 우연히 만나 “그 애를 내가 키우겠다”고 선언한다.

이후 우여곡절이 펼쳐지지만, 결국 아이를 낳은 단지와 주연이 함께 ‘대안 가족’을 꾸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단지의 혈연인 친언니는 주연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가족보다 못한’ 관계로 묘사되고, 생판 남이었던 주연이 오히려 가족으로 발돋움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또한 싱글들 역시 ‘영원한 내 편’으로서 아이를 원할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반영하고 있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엄마인 ’마더’

최근 화제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는 아동학대라는 충격적인 소재와 함께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은 모녀간의 로맨스를 다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여자(이보영)가 학대에 시달리던 소녀(허율)를 데리고 도망치는 이야기를 다뤘다.

일본의 동명 드라마 ‘마더’를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도 친엄마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학대하다 쓰레기봉투에 넣어 내놓는 만행을 저지른다. 여러 사건 이후에도 아이가 끝까지 그리워하며 엄마라 부르는 것은 자신과 함께 도망쳐준 ‘선생님’이다. 가족이 되는 데 핏줄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정서적 유대감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인생의 마무리까지 함께 준비하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꼭 ‘혈연 없는 부모 자식 관계’만이 대안 가족의 형태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중견 여배우 박원숙이 다른 싱글녀 여배우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새로운 주거 콘셉트를 제시하는 KBS1의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와 같은 프로그램도 또다른 대안 가족을 다루고 있다. 

싱글이거나 이혼을 경험한 사람이라 해서 ‘독거노인’으로 늙어 죽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뤄 서로 도우며 생산적인 활동 또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의 훌륭한 마무리를 위해 ‘웰다잉’ 문화를 탐구하고 서로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으로 함께 사는 것의 가치를 대변한다. 

 

★현실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만들기’ 시도…’셰어하우스’&’한지붕 세대공감’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가족 만들기’가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혼자 사는 것은 무엇보다 편리하지만, 또 누군가 옆에 있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젊은 ‘자취생’들이 생활 공간을 공유하는 형태인 ‘셰어하우스’ 문화가 대표적으로 이를 대변한다. 셰어하우스 멤버들은 가족이 아니지만 서로 정서적인 공감과 실생활의 필요 요소를 나누며 살아간다. 

16개 자치구에서 실시한 ‘한지붕 세대공감(홈셰어링)’도 이런 시도로 볼 수 있다. ‘한지붕 세대공감’은 주거공간을 보유한 독거노인과 서울에 살며 있을 곳이 필요한 대학생 청년세대를 연결해 함께 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년층의 고립 문제와 대학생의 주거 문제 해결을 같이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물론 이러한 현실 속 시도는 드라마 속 이야기와는 달리 ‘끈끈한 가족애’를 갖고 살아가기보다는 필요에 의해 모인 공동체에 더 가깝다. 드라마와 현실은 당연히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한 집에 사는 피로 이어진 사이’라는 전통적인 형태의 가족에서 벗어나 있는데도 한 지붕 아래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사진출처=각 영화 및 드라마 포스터 및 예고,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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