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이었다. 기대감도. 실망도.

사진=영화 ‘베놈 2’
사진=영화 ‘베놈 2’

드디어 오는 13일에 영화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2)’가 개봉한다. 대작다운 CG, 현란한 액션씬 등. 특히 영화의 백미인 대성당에서 벌어지는 클리터스(우디 해럴슨)와의 최종 결전은 말 그대로 대단한 스케일. 헐리우드 기대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화끈한 액션을 선보여 그간 영화 팬들이 바라왔던 ‘베놈’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듯 보여준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그렇다. 정말 화려하기만 하다.

사진=영화 ‘베놈 2’
사진=영화 ‘베놈 2’

어째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관객들의 평은 대동소이했다. 눈은 화려하지만 이야기의 얼개가 너무도 엉성하다는. 폐부를 찌르는 한마디다.

베놈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베놈의 캐릭터 쇼라는 점. 베놈의 매력이 영화를 지배한다는게 특징이건만. 베놈의 ‘빌런다움’이 전편에 비해 희석되어 단순한 떼쟁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캐릭터성이 약해지고보니 나머지 단점들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주인공이자 타이틀인 베놈이라는 캐릭터 이외에는 대다수가 단점이라는걸 말이다. 

사진=영화 ‘베놈 2’
​사진=영화 ‘베놈 2’

배우 탓을 할 수는 없겠다. 도리어 에디 역을 맡은 톰 하디를 비롯해 배우들의 호연은 오히려 착잡할 따름이다. 개연성 없는 캐릭터와 구멍 술술 뚫린 이야기를 열연으로 메꾸려 하지만 이도 시원찮았으니.

앤 웨잉(미셸 윌리엄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좀체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 에디에게 이별을 고한 앤은 댄 박사(레이드 스콧)과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어째 에디와의 악연은 끊어지지 않는지 사사건건 에디는 앤을 불러대고 앤은 거기에 하는 수 없이 동조한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가장 비전형적이었던 인물은 앤의 새 약혼자 댄 박사(레이드 스콧)였다. 여타 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랑의 방해꾼답지 않게 에디의 뜻대로 착실히 움직여준다. 물론 댄 박사 입장에서는 에디가 방해꾼이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사진=영화 ‘베놈 2’
사진=영화 ‘베놈 2’

특히나 이야기의 산통을 깼던건 클리터스(우디 해럴스) 제법 절절한 애정 전선을 보여줬던 슈리크(나오미 해리스)의 변심이다. 도시 전체에 민폐를 끼치며 세기의 사랑을 보여줬던 그들이 삐걱대는 모습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애당초 슈리크가 저 기묘한 복수극에 발을 얹고 있는 모습도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었을 뿐더러. 후반부 갑작스러운 그의 심경 변화는 관객들을 벙찌게 만들기 충분했다.

산통이 와장창 깨진 후. 최후반부에 접어들어 이야기 대신 액션에만 집중하니 관객들은 그제야 마음을 놓는다. 머리 대신 눈만 쓰면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베놈과 카니지의 처절한 맞대결은 말 그대로 눈을 사로잡는다. 주먹과 촉수가 현란하게 오가는 두 외계 생물체의 싸움은 경쾌하고 스피디하니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없다.

사진=영화 ‘베놈 2’
사진=영화 ‘베놈 2’

휘뚜루마뚜루 이야기가 마무리 짓고 난 후. 엔딩 크레딧이 지난 다음에야 다시금 영화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난다. ‘스파이더맨’ 세계관과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쿠키 영상이 흘러 나오니 말이다. 

이번 쿠키 영상은 스파이더맨이 곤란에 처하는 장면을 비춰 추후 전개를 예측케 했다. 어쩌면 본편보다 쿠키 영상이 더 인상 깊게 남았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는 노릇.

마블 팬이라면 알다시피 베놈은 ‘스파이더맨’ 코믹스에 등장하는 악당. 그런만큼 베놈과 스파이더맨이 조우가 두 프랜차이즈 팬들이라면 초미의 관심사였다. 

감독 앤디 카서스가 ‘베놈과 스파이더맨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는지’를 물어보자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당장은 아닐 것 같다”고 잘라 말했던만큼 마블 팬들은 아직까지 기대를 놓지 못하는 상황. 그렇기에 이번 쿠키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이야기의 힘을 간과하고 캐릭터에 ‘몰빵’한 영화에서 캐릭터가 흔들릴 때 어떻게 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베놈2’. 팝콘 무비로는 손색이 없으나 스릴을 갖기에는 허술하다는 평이 적절할 것이다. 아, ‘스파이더맨’이 떡 하니 등장했을 때의 흥분을 제외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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