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가 영화 관람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이윤창출’이라는 자본주의의 미덕과 소비자들의 ‘감상할 권리’가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6일 CJ CGV는 오는 11일부터 영화 관람 가격을 기존 대비 1000원 인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주중(월~목)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스탠다드 좌석 기준, 9000원이었던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원으로, 주말(금~일) 오전 10시부터 밤 12시 사이에는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조정됩니다. 또 상대적으로 비싼 아이맥스 영화 관람료는 주말 기준 2만원에 달합니다. 매 주말 영화를 한 편씩 보는 시네필들에게 다소 아쉬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CGV가 전한 가격 인상 이유는 언뜻 납득이 갑니다. CGV측은 “물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부득이하게 관람료를 인상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임차료 인상, 관리비 증가, 시설 투자비 부담은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다소 의문이 들 수밖엔 없습니다.

사실 영화계에서 CGV의 영향력은 참 압도적이지요.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점유율을 다 합쳐야 CGV와 겨우 맞먹을 정도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 CGV의 지난해 매출은 1조7144억원으로 전년보다 19.7%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은 862억원으로 22.6%나 늘었습니다. 극장가 관람객의 수가 횡보하는 가운데, 이 같은 이익률 상승은 2016년 2월 차등요금제로 사실상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한 효과도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창출을 위해 가격을 올리는 건 지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 넷플릭스 영화 ‘옥자’의 극장 개봉을 반대하며 “영화산업의 생태계”를 운운했던 CGV의 돈벌이 중심의 태도는 어불성설입니다. 명백히 영화 관람객은 선택의 재미를 즐기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권리가 있습니다. CGV의 지난 행보가 관람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지는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꽤 오랜 시간 영화계를 좀먹었던 독과점 논란에서 CGV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난해에도 ‘군함도’가 2000여개의 스크린을 몰아 받으면서 큰 비판을 받았었죠. 또 지난해 ‘황제’ 민병훈 감독은 싱글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스크린 독과점이 만연한 현실에서 극장을 포기해야 ‘황제’ 같은 영화가 살아날 수 있다”고 전하며 멀티플렉스 극장의 횡포에 비판을 던진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돈벌이용 영화로 극장을 꽉 채우는 모습은 마냥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더불어 퐁당퐁당 상영, 저예산 영화의 오전‧야간 시간대 상영 등은 다분히 ‘영화산업 생태계’를 위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CGV아트하우스를 통해 독립영화 제작지원과 배급을 하곤 하지만, 그 또한 ‘단독개봉’의 미명 아래 작은 시장까지 ‘독점’하려는 행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CGV가 소비자들의 높은 지출을 요구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 같은 CGV의 가격인상에 네티즌들은 즉각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CGV 좌석 엄청 더럽구만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lee_****), “이익 철저하게 따져서 요금 인상하면서 고객들 불편사항은 달라지는 게 없고”(kang****), “우는 소리만 하는데 사업은 맨날 성장하네??”, “매점가격 내려라 60프로 이상 남겨먹으면서”(hast****) 등 가격인상과 발맞추지 못하는 서비스에 대한 비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번 CGV의 가격 인상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다른 멀티플렉스도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서비스 자체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관객들의 권리와 영화 시장의 작동 논리 중에 과연 어느 가치가 더 우선돼야 하는가 깊은 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진=픽사베이, CGV, 네이버 실시간검색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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