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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물 체험기] 탐폰 그 이후, 생리컵 등장하다

약 2년 전 ‘생리컵’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매우 의아했다. 말만 들어서는 일반적인 종이컵 같은 것이 상상됐기 때문인데, ‘컵 모양인 것이 대체 어떻게 생리대 역할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출산을 두 번이나 하고도 몰랐던 여성의 신체 구조상, 흔히 체내형 생리대로 쓰는 ‘탐폰’처럼 일자형인 것뿐 아니라 컵 모양으로 생긴 물건 역시 생리대 역할을 위해 체내에 삽입이 가능하다. 물론 넣을 때는 일자에 가깝게 접어야 하지만, 체내에서는 컵 모양으로 펴져서 생리혈을 받아준다는 것이다.

당시에만 해도 ‘생리컵’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었지만, 국내에서 일부 생리대의 유해성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생리컵은 화제 속에 인기 상품이 됐다. 

그러나 아직도 생리컵은 고사하고 탐폰조차 두려움에 써 본 적이 없다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출산을 경험한 뒤에도 무서워서 탐폰을 못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탐폰은 괜찮지만 생리컵은 걱정스러운 지금의 내 마음과 비슷한 걸까. 20대 시절부터 탐폰을 아주 잘 이용했고, 출산 두 번을 거친 뒤 만난 ‘신문물’, 생리컵에 한 번 직접 도전해봤다. 

다양한 색색가지의 생리컵. 사진출처=영화 '피의 연대기'

★1일차, 1차 시도…소심하게 마무리

‘자연분만으로 애를 둘이나 낳았는데, 생리컵이 뭐가 어렵겠어’라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주문을 넣고 며칠 뒤, 실리콘으로 된 종 모양의 생리컵이 도착했다. 컵 모양에 긴 꼬리(stem, 스템이라고 부른다)가 달려 있는 모양이다. 원래 생긴 모양 그대로는 넣을 수 없고, 접어서 체내에 삽입해야 한다. 

생리가 시작된 지는 1일째여서 아직 그렇게 양이 많지는 않은 날이었다. 처음의 패기와 달리 매우 긴장했는지, 탐폰 삽입 때보다 뭔가 빡빡하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편하게 넣지 못했는지 스템이 밖으로 너무 길게 빠져나와 대략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 상태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잡아 빼니, 접었던 생리컵이 몸 속에서 펴져서 그 안에 생리혈이 아주 약간 고여 있었다. ‘아, 이런 원리로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첫 시도인데 그래도 생리혈을 잘 받아낸 생리컵도 기특해 보였다. 하지만 아직 첫날이고 너무 긴장한 것 같으니, 양이 늘어날 둘째 날에 다시 본격적으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서 지난 1월 열린 생리컵 민원설명회. (사진=연합뉴스)

 

★2일차, 2차 시도…컵 행방불명 사태

여성들이 생리 기간 동안 가장 양이 많아 힘들어하는 둘째 날이 됐다. ‘긴장 말자’고 되뇌이며 다시 한 번 시도해 봤다. 첫날과는 달리 훨씬 부담없이 잘 들어갔다. 탐폰 역시 질 입구에선 다소 이물감이 있지만 좀 더 밀어넣고 나면 감각이 없는 부분으로 돌입하므로 매우 편해진다. 생리컵도 마찬가지여서, 탐폰이라고 생각하니 별 탈이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 ‘편하게 있으려면 잘 들어가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너무 깊이 밀어넣었더니 잡아서 빼야 하는 스템이 손가락 끝에서 자꾸 미끄러지면서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다. 갑자기 머릿속에는 여성병원의 ‘굴욕 의자’에 삼계탕 속 영계백숙 같은 포즈로 누워서 “생리컵 좀 뽑아 주세요”라고 부탁해야 하는 난감한 나의 상황이 그려졌다.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몸서리치며 욕실 바닥에 앉아 잡히지 않는 스템을 잡기 위해 손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땀이 뻘뻘 났지만 쉽게 스템이 잡히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가는 것만 같은 ‘공포의 행방불명’ 상황, 무려 20분 만에 겨우 생리컵을 꺼낼 수 있었다. 

생리컵의 스템에는 꺼내기 쉽게 하려는 배려인 듯 마디가 있는 제품들이 많은데, 미끄러운 실리콘의 재질상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예 스템을 짧게 자르고 깊이 넣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람마다 신체 구조에 차이가 있으니 편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다만 생각 없이 깊이 넣었다가는 공포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으니 조심하자.

 

'컵 행방불명' 사태 뒤 다시 본 생리컵의 스템. 마디가 있긴 하지만 너무나 미끄러워 당황스러웠다.

 

★3일차, ‘피바다’를 침착하게 수습하다

3일차, ‘행방불명 사태’ 이후 조심하며 몇 번의 시도를 해 보니 적당한 깊이를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생리컵이 안에서 제대로 펴진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펴졌으리라고 믿고 몇 시간을 있어 보니 정말 생리혈이 하나도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출산 뒤 생리통도 전혀 없어진 터라 ‘생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순간 잊어버릴 정도로 편안한 시간이었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큰 사이즈의 생리컵을 쓸 경우 4~5시간에 한 번씩 비워주면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믿고 4시간 정도 지난 뒤 화장실에서 생리컵 비우기를 시도했다. 넣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뺄 때는 더 조심스럽다. 컵 모양이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마치 고무로 된 오목한 뚜껑이 바닥에 눌러 붙은 것처럼 잘 당겨지지 않는다. 설명서에 컵 옆쪽을 살짝 눌러주면 잘 빠진다고 되어 있는 것을 기억해내고 눌러 봤더니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컵이 찌그러졌다 튕겨지며 안에 고여 있던 생리혈이 왈칵 넘치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생리 초보’이던 10대 시절 이후 한 번도 있었던 적이 없는 속옷과 옷, 욕실 바닥까지 잔뜩 피가 튄 ‘피바다’의 상황이 연출됐다. 그저 실수일 뿐이니 어쩔 수 없다고 다짐하며 ‘피바다’를 수습했다.

생리컵 이용자들이 꼽는 이용의 어려움 1순위가 공중화장실에서의 생리컵 교체인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서간 이용자들은 생수를 1병 들고 가서 변기에 대고 피 묻은 생리컵과 손을 씻어내고 나오기를 권한다. 물론 ‘피바다’가 되지 않게 생리컵 사용에 많이 익숙해져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결론? ‘다시는 생리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비록 오랜만에 피바다를 수습해야 했고 여전히 생리컵 넣고 빼기는 실이 달려 있는 탐폰의 넣고 빼기보다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 신세계’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꽉 차기 전까지는 아무 느낌 없이 생리 기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에, 누워 있어도 새지 않는 강력한 편리함을 갖췄다. 이른바 '굴 낳는' 느낌에서 완벽하게 해방될 수 있다. 

게다가 매달 고정비용이라고 생각했던 탐폰과 생리대 값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정 불안할 때를 대비한 팬티라이너와 생리대 한 통 정도만 구비해 두면, 귀찮고 힘들던 생리 기간을 컵 두 개만으로 넘길 수가 있게 해 주는 ‘진정한 신문물’이다. 

아마 다시는 생리대를 구입하던 나날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시중에 나와 있는 종류가 다양하니 일단 두 종류 정도를 사 보고 당신의 ‘골든컵’을 만나보길, 강력 추천한다. 

 

 

이예은 기자  yeeuney@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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