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10년이 다 돼 가다 보니, 미혼인 이들이 결혼의 진행과정이나 그 뒤의 생활 변화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러나 기혼자로서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일단 너무 방대한 이야기인 데다 복잡하기까지 해서 흥미를 잃기 쉽고, 또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조심스럽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떤 기혼자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본다 해도 미혼자들이 속속들이 알고 싶은 이야기는 듣기 힘든 경우가 태반입니다. 드라마나 책,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다 해도, 대부분 픽션인 만큼 일반적인 얘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결혼과 더불어 새롭게 접근하게 되는 돈 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으로 한 번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혼은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라는 것입니다. 일단 이 사실조차 모른 채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서 시작을 했지만 준비가 끝나고 예식장에 들어갈 때쯤에는 비즈니스가 돼 있는 것이 결혼입니다. 많이 들어 본 이야기겠지만, 준비 과정에서 두 집안 사이에 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도 꽤 흔합니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와 같은 전통적인 역할 문제가 맞냐 그르냐 하는 문제는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작은 것 하나에도 돈이 들어가는 것은 '팩트'입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렇게 많이 했는데 상대방은 안 한다’든가, 반대로 ‘나는 이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상대방도 만족할까?’와 같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돈의 액수란 숫자로 빤히 보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단 두 사람뿐이라면 ‘대화’로 이런 문제들을 쉽게 풀어나갈 수 있지만 양쪽 집안의 어른들이 관련돼 있으면 ‘체면’이라는 것이 등장하고 속시원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골치가 아파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대화를 통한 의견 조율밖에는 답이 없고, 그 대화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예비 신랑신부입니다. 

이런 중간 역할을 최대한 안 하고 싶다면, 최근 ‘작은 결혼식’이 유행하는 것에 발맞춰 생략할 수 있는 절차는 양가 합의를 거쳐 최대한 빼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절차를 줄일수록 돈과 관련해 부딪힐 문제도 적습니다. 방법은 ‘평생 한 번’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평생 한 번 하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자꾸 할 것을 늘리다 보면, 평소에는 천 원 한 장도 아끼던 사람조차 돈 몇 백, 몇 천 만원을 우습게 생각하고 쓰기 쉽습니다. 당연히 웨딩 업계에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그러기를 추천하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합리적인 규모의 지출 계획을 세우겠다고 다짐하기를 추천합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 돈 정말 아깝다’고 땅을 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결혼 1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상당히 많이 아껴서 치른 결혼식이었음에도 ‘아, 그런 건 하지 말 걸’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부부의 생각이 극명하게 다르면 또 인간관계에 금이 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로맨스도 좋지만,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라는 결혼의 일면을 잘 알고 준비를 시작하면 훨씬 현명한 스타트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결혼 계획 전혀 없는 싱글이라도 혹시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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