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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킬롤로지’ 장율, 양가적 연극배우의 봄

봄을 닮은 싱그러운 연극배우 장율(31)이 연극열전7의 첫 번째 작품 ‘킬롤로지’(4월26일~7월22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으로 기지개를 켠다. 여리여리한 이미지 틈새로 강단이 엿보인다. 선과 악, 냉정과 열정, 푸근함과 날카로움을 넘나들 줄 아는 양가적 배우라는 연극계의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연극 마니아들에게 ‘장율’이란 두 글자는 믿고 보는 블루칩으로 통한다. 2014년 ‘사물의 안타까움성’으로 데뷔한 뒤 ‘갈매기B’ ‘여자는 울지 않는다’에 이어 ‘프라이드’의 게이청년 올리버, ‘엠버터플라이’의 여장남자 송릴링, 김은성 작가의 ‘썬샤인의 전사들’로 주목 받았다. 이 같은 활약상에 힘입어 인터파크티켓 ‘골든티켓어워즈’의 연극 남자배우상 후보에도 지명됐다.

그가 새롭게 선택한 ‘킬롤로지’는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의 최신작으로, 온라인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수법으로 아들 데이비가 살해된 뒤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하는 아버지 알란의 이야기다. 장율은 영화배우 이주승과 함께 처참한 10대 희생자 데이비로 무대를 누빈다. 알란 역에 중견 김수현 이석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게임을 개발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사업가 폴 역에 김승대 이율이 출연한다.

데이비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바쁘게 지내는 싱글맘 아래서 성장해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다.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엇나가기 시작하고 동네 꼬마한테 화가 나서 자전거를 빼앗은 뒤 대로에 나갔다가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3인이 등장하고, 각자의 독백으로 이뤄져 있고, 중간중간에 두 인물이 대화하는 신들이 인상적으로 느껴졌어요. 독백이 있는 공연을 많이 안해봐서 큰 도전이죠. 이 인물들이 만나지 않는데 같은 얘기를 하고,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 이야기가 연결이 되는 지점이 매력적이었죠. 그런데 대본이 처음엔 잘 안 읽혀지더라고요.”

독백이 무려 28페이지에 이른다. 거의 모노드라마에 가깝다. 한 번도 못해본 경험이라 머리에서 쥐가 나고 있다.

“엄청난 대사량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요. 혼자서 하면서 관객이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죠. 지금 심정은 ‘다시는 모노극 안해야겠다’예요.(웃음) 대사 암기는 반복의 연속이라 읽고 쓰고 때로는 녹음하면서 외우죠. 대신 대사를 먼저 외우려고 하지 않아요. 순간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 이미지를 계속 그려보죠. 집중과 상상을 동시에 해야 하니 에너지를 더욱 쏟게 되는 거 같아요.”

16살 소년 역이다. 극중 9세부터 느꼈던 감정을 서술한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이야기를 하기에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단상을 조각조각 찾아보고 있다. 쉽지는 않다. 중학생 때 폭력에 휘둘리고 살아남으려 했던 기억, 동성 친구들이 가장 중요했던 추억, 철없었던 그리고 방황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데이비는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에 대해 즉각적으로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요. 감정표현에 솔직해요. 과거 ‘사물의 안타까움성’이 어렸을 때를 추억하는 공연인데 당시엔 작가가 돼 자기 이야기 써나가는 내레이터로 출연했거든요. 그 친구가 조금 더 따뜻한 인물이에요. 데이비는 폭력적이고 아픔과 상처가 많은 극단적인 인물이면서 유약함도 지니고 있기에 내가 갖고 있는 여러 면을 어떻게 잘 끄집어낼까를 고민 중이죠.”

‘킬롤로지’에서 배우로서 갖고 있는 유약함, 연약함을 잘 녹여낼까를 고민 중이라면 ‘엠버터플라이’ 때는 시대를 지배하는 강한 면모, ‘프라이드’에서는 과거 올리버의 진취적인 면과 현재 올리버의 감정적이면서 연약한 면에 공을 들였다.

데이비만큼은 아니나 장율 역시 아름답기만 한 청소년 시절을 보내진 않았다. 외로웠고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고민했다. 행복을 찾으려 하는데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겼으며 세상에 대한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내가 뭘 하면 이런 답답함을 풀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선택한 게 연기였어요. 중3 때 놀이터에서 결심한 뒤 무작정 대학로로 나와 둘러봤죠. 그러곤 예술고 입시를 봤어요. 계원예고에 입학해 연극을 시작했고요. 고2 때 ‘우리 읍네’를 하면서 확 달라졌어요. 이거 해야겠다! 작품 안에서 슬픔, 기쁨, 행복 등등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거죠. ‘많이 느끼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에 빠져들고부터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보니 한예종 연극원까지 진학했고요.”

 

 

더블 캐스팅된 ‘독립영화계 스타’ 이주승과의 연기를 두고 많은 비교가 이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장율은 “이주승 배우는 조금 더 차갑게 이 인물을 대하는 듯해요. 나는 좀 더 뜨겁게 대하고. 난 차가움과 뜨거움이 적절히 섞여야 된다고 봐요. 제가 이 뜨거움을 나중에 식히든 해보려 한다면 거리를 둔 채 접근하는 주승씨가 어떤 지점에서 확 뜨거워질지 기대가 돼요”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연극에 무게중심을 둔 채 활동해왔다. 지금은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얼굴을 내밀고 있으며 오는 5월12일부터 방영되는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에 출연한다.

“젊음의 반짝이는 에너지를 갖고 있기보다 차분하고 진중한 느낌이 연기할 때 많이 나오는 듯해요. 아직은 제 색깔을 잘 모르겠어요. 한 색깔로 표현하기엔 경험이 짧아서겠죠. 아직 경험할 게 많고 특히 영상 쪽 경험이 부족해서 채워야 해요.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싶어요. 어떤 배우가 될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잘 넘나들면서 자연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이면 뛰어들고 싶어요.”

장율은 그 안에서 사유화하고 고민하는 작품을 만났을 때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가 이뤄진 대학로 골목에는 하얀 벚꽃과 목련이 무서운 기세로 꽃망울을 틔우고 있었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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