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났을 당시에만 해도 유럽은 한참 떠들썩했다. 11.13 프랑스 파리테러 사건이 일어난 11일 뒤에 곧장 유럽행이었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머물 아홉 개의 국가 중 프랑스 파리가 제일 마지막 나라였다.

첫 나라는 런던이었고, 파리를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루트를 계획했다. 잠시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머물렀는데 무척이나 한산했다. 삼엄한 경비를 보자니 무서움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 때 공항을 메우던 차갑고 무거운 공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무서움을 뒤로한 채 여덟 국가를 무탈하게 여행했다. 그리고 마지막 아홉번째의 나라, 프랑스를 다시 찾았다.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파리는 여지껏 제일 가보고 싶은 로망의 나라였다. 도착한 첫날 짐을 풀자마자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이였다. 평소 같으면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도 많고, 입장할 때 조차도 줄이 길었을 테다. 하지만 테러 사건의 여파로 프랑스 여행을 포기하는 여행객들이 급증한 추세였기 때문인지, 나는 티켓을 구매하자마자 입장할 수 있었다.

 

창문에서 바라본 루브르 박물관(그 당시의 조급함이 느껴진다)

수요일, 금요일 빼고는 저녁 6시까지만 운영을 하고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며칠은 걸린다는 루브르 박물관. 느즈막한 오후인 4시 30분 쯤에 온 탓으로 마음이 급했다. 와, 박물관이 이렇게 넓을수가. 회화 작품, 조각 등 압도적인 양의 예술품들은 말로 이룰 수 없고, 지도를 보며 걸어도 끝이 없었다.

 

루브르 박물관

모나리자를 마지막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기 전, 사진을 한번 더 남겼다.

 

강을 따라 걷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했다. 운치있는 강을 따라 걷다가 양쪽 창 문양이 예뻐 찍은 건물이다. 오른쪽 하단에는 지나가다 찍힌, 입을 막은 여인.

 

뚜껑이 열려 빛을 먹은 필름을 현상해봤다

내게 있어서 파리에서의 시간과 사진들은 더욱더 소중하다. 헌데 파리 여행 둘째날 일이 터지는 바람에 가장 많이 돌아다닌 날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없다. 여행에서 만나 친해진 지인이 내 필름카메라를 구경하다가 필름이 들어가있는 뚜껑을 여는 바람에 내가 담은 장면들이 물거품이 됐다.

뚜껑은 열려있고, 필름은 감겼다. 그걸 보면서 내 기억도 도로 감기는 것만 같은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 필카의 단점이란 아무래도 이런 거다. 유럽 여행을 하던 중 제일 슬펐던 내 마지막 여행지, 프랑스 파리였다.

차가운 공기 속 프랑스 파리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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