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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머니백' 김무열 "처절하게 힘들었던 20대, 지금은 연기 원동력"

영화 ‘머니백’(감독 허준형)에서 배우 김무열(36)은 카리스마 넘치는 마스크에 ‘유머’를 장착했다. 멍으로 물든 얼굴에 의욕이라곤 ‘1’도 보이지 않는 그의 걸음걸이가 러닝타임 내내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머니백’은 하나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일곱 명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다. 김무열은 극 중 빚에 허덕이는 공시생 민재 역을 맡았다. 아픈 어머니껜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한 채, 매일 정장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뛰는 ‘웃픈’ 캐릭터다. 그간 ‘은교’ ‘대립군’ ‘기억의 밤’ 등 숱한 작품에서 날카로운 인상을 드러내온 김무열이기에 사실 ‘머니백’ 속 코믹한 모습이 어색하게 다가올 수밖엔 없었다.

“뮤지컬 무대에서 코미디 연기를 해본 적은 있어도, 영화에선 처음이다 보니 떨리더라고요.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블랙코미디로 여겨져서 크게 웃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시사회 현장에 들어가니까 ‘안 웃으시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더군요.(웃음) 다행히 많이 웃어주셔서 안심이 됐어요.”

언론시사회 이후 ‘머니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7명의 중심 캐릭터가 어지럽게 서사를 뛰노는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웃음과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무열은 그 이유로 ‘배우의 합’을 꼽았다.

“다들 합이 참 잘 맞았어요. 다들 베테랑이셔서 따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지요. 제 개인적으로는 (박)희순 형과 참 잘 맞았어요. 10년 전에 ‘작전’이라는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후로 계속 친하게 지냈거든요. 형이 출연을 고민할 때 제가 참 자주 전화를 걸었죠. 좀 귀찮으셨을 거예요.(웃음) 함께 한 덕분에 저는 더 마음 편하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김무열이 코믹 캐릭터를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배우 본인에게 더 크게 걱정으로 다가왔을 터였다. 하지만 김무열은 걱정을 할 새도 없이 시나리오에 매료됐다고 고백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해본 적 없는 연기에 대해 갈증이 있어요. 저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심지어 ‘머니백’은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굳이 웃음이 아니더라도 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스토리 설정이 좋았어요. 그리고 제가 맡은 민재 역, 부패한 정치인, 갑질 당하는 택배기사 등등 캐릭터 자체가 우리 사회의 풍자나 해학으로 받아들여지더라고요. 덕분에 저도 억지로 웃기려는 노력보다도 자연스레 연기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머니백’ 속 민재는 어떻게 봐도 참 한심한 인물이다. 취업이 안 된다는 설정은 공감할 수 있지만, 사채를 끌어다 쓰면서 월급인 척 가져다주는 모습이나 돈을 벌기 위해 도박을 하는 모습은 관객들의 한숨을 몰고 온다. 김무열도 그 설정에 조금은 고민을 했다고 답했다.

“기본적인 설정은 감독님이 여러 취준생들을 인터뷰하고 만드신 거예요. 매일 양복을 입고 편의점으로 출근하는 것이나,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는 것 등등이요. 그런데 나머지 설정은 공감하기 힘들었어요.(웃음) 어머니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건 용납이 되는데, 그 이후에 돈가방을 들고 도망가는 건 욕심이거든요. 왜 더 열심히 살려고 안하고 한탕을 노릴까 싶었는데, 그만큼 이 시대의 청년들이 고단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걸 극단적으로 표현하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수월하게 연기가 됐어요.”

 


지금의 김무열은 움직임 하나에서도 고급스러움이 풍기는 배우지만, 이외로 가난에 허덕이는 캐릭터 민재의 사연에 공감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20대 시절 겪었던 아픈 과거가 멋진 연기의 원동력이었다는 소감도 함께 전했다.

“제가 한창 무명이던 20대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계속 아르바이트 하면서 오디션을 보는데, 합격은 못하고 낙방만 하니까요. 하필 그때 또 집이 경제적으로도 어려웠었어요. 20대가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니까 더더욱 힘들었죠. 극 중에 민재네 어머니가 아프신데, 저희 아버지도 생전에 많이 편찮으셨어요. 그때가 떠올라서 많이 울컥했지요. 왠지 이상하게 그 힘든 시기의 제가 참 고맙고 대견해요. 물론, 아직도 먹고 살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이지만요.(웃음)”

힘든 무명을 겪고 이제는 당당히 충무로에서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가 됐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때는 몰랐던 ‘배우의 힘’이 지금은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공연을 할 때 한 팬 분이 ‘배우님 무대를 보고 직장을 그만 두고 꿈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라는 쪽지를 주신 적이 있어요. 기분이 좋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하는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만한 힘이 있다는 사실에 책임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이제는 그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저를 봐주시잖아요. 더 올바른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무열은 올바른 연기로 나아가기 위해, 그 어떤 의견도 다 보려 한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자극을 주는 건 인터넷”이라고 털어놨다. 안 좋은 평가도 짜증보다는 반성으로 받아들인다는 ‘대인배’스러운 마인드가 돋보였다.

“예전에는 나쁜 얘기는 피하고 배제하려 했어요. 안 읽은 척 행동하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은 좀 생각이 바뀌었어요. 좋지 않은 얘기도 받아들이고 소통해야 발전이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관객분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배우 생활을 오래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반성과 소통은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 같아요.”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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