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어른이지만, 마음만은 아이에 머물러 있는 키덜트(Kidult‧Kid+Adult)들에게 아드만 스튜디오는 ‘레전드’다. 아직도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 등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올 봄 또 한 번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아드만 스튜디오의 신작 ‘얼리맨’이 오는 5월3일 개봉을 하는 것. 이를 기념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의 과거를 되돌아봤다.

 

‣ 치킨 런

1950년대 영국의 트위디 닭 농장. 주인인 트위디 여사는 몇 년 간의 달걀 판매 끝에 치킨 파이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기획한다. 이에 모든 닭들은 곧 식탁에 오를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공포에 떨고, 암탉 진저는 동료들과 탈주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국산 수탉 록키가 농장에 들어와서 닭들에게 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을 하는데...

1972년 설립된 아드만 스튜디오는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끈 후, 2000년 드림웍스와 손을 잡고 첫 장편 영화 ‘치킨 런’(감독 피터 로드, 닉 파크)을 선보인다.

1960년대 명작영화 ‘대탈주’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전 세계 2억2483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며 빅히트 했다. 4년 이상의 제작 기간, 400여 마리의 닭들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약점인 뚝뚝 끊기는 느낌 없이 유려한 비주얼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댄스파티 장면은 아직도 회자되는 최고의 신이다.

 

‣ 월레스와 그로밋 - 거대토끼의 저주

곧 열릴 ‘슈퍼 야채 선발대회’로 인해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어느 날 마을 야채 전부가 먹히고 마는 사건이 발생한다. 마을은 공포에 물들고, 최첨단 발명품으로 무장한 특수요원 월레스와 그로밋은 즉각 수사에 착수한다. 그들은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이 ‘거대 토끼’라는 사실을 밝혀내는데...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작 ‘월레스와 그로밋’은 앞서 ‘화려한 외출’(1992), ‘양털도둑’(1993) 등 단편 TV영화로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하지만 극장에 걸린 영화는 1996년 단편 모음집이후 2005년 ‘거대토끼의 저주’(감독 닉 파크, 스티브 박스)가 처음이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아기자기하고 예쁠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거대토끼의 저주’는 ‘고지라’ ‘킹콩’과 같은 괴수영화다. 치즈를 좋아하는 발명가 월레스와 그의 천재 애완견 그로밋이 벌이는 왁자지껄 대소동과 슬랩스틱 코미디는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사고치는 주인과 뒤처리를 담당하는 애견의 뒤바뀐 캐릭터성이 가장 큰 유머포인트다. 2006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상 수상작.

 

‣ 플러쉬

런던 케싱턴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웰빙 라이프를 즐기는 쥐 로디는 주인들이 휴가를 떠난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어느 날, 시궁창 쥐가 싱크대에서 올라와 로디의 일상을 방해한다. 그를 내쫓으려다 함께 변기에 빠져버린 로디. 거칠고 위험한 쥐 세상 래트로폴리스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서바이벌을 펼친다.

‘플러쉬’(감독 데이빗 보워스, 샘 펠)는 아드만 스튜디오와 드림웍스의 마지막 합작품이다. 하지만 아드만 특유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팬들에겐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아드만만의 아기자기한 발상과 유머가 곳곳에 숨어있어 ‘숨겨진 명작’이라는 평이다.

‘플러쉬’의 가장 큰 매력은 평범함을 거부한 독특한 캐릭터들에 있다. 골프와 폴로를 즐기는 럭셔리 쥐 로디와 시궁창 쥐 시드 등 인간세계와 꼭 닮은 계층이 나뉘어진 쥐들의 삶을 그려내 신선한 유머를 환기한다. 여기에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 등에서 보여준 아드만의 어드벤쳐 무드를 콕 심었다.

 

‣ 허당해적단

낙천적인 해적 캡틴은 ‘올해의 해적상’을 받고 싶어 신청서를 접수하러 간 블러드 섬에서 다른 해적들의 비웃음거리만 되고 만다. 우승을 위해 캡틴은 열심히 해적질을 하지만 계속 허탕을 치게 되고, 한 배에서 찰스 다윈을 만나게 된다. 그를 과학대회에 데려가려 계획을 세우고, 우여곡절 끝에 해적을 증오하는 빅토리아 여왕이 있는 런던에 도착하게 된다.

‘허당해적단’(감독 피터 로드, 제프 뉴이트)은 아드만 스튜디오가 소니 픽처스와 손잡고 2012년 선보인 오랜만의 클레이 애니메이션이다. 모험과 유머라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시그니처가 살아있는 작품으로 마니아들의 호응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이한 점은 해적이라는 무시무시한 직업의 주인공 캡틴을 보다 인간적이고 낭만적인 이미지로 꾸미면서 돈과 명예보다 더 중요한 ‘낭만’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아드만 스튜디오가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품에선 처음으로 사실적인 묘사와 풍부한 표현을 위해 풍경 등 일부 장면에 CG 기술을 도입해 그 생생함을 더 키워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숀 더 쉽

평화롭게 목장 생활을 즐기던 숀과 친구들에게 대박사건이 터졌다. 집 나간 아빠를 찾기 위해 빅시티행 버스에 탑승해버린 녀석들. 달랑 아빠 사진 한 장 들고 위험천만한 빅시티에 도착. 마치 사람인양 도시를 활보하는 무모한 양떼들의 특급 미션이 시작된다.

‘숀 더 쉽’(감독 마크 버튼, 리처드 스타잭)은 단편 ‘월레스와 그로밋-양털 도둑’의 스핀오프 TV시리즈 ‘못말리는 어린 양 숀’의 극장판 버전이다. 귀여운 외모로 마니아들의 심장을 저격했던 양 캐릭터 숀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다.

‘숀 더 쉽’은 양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무성영화 느낌의 서사 진행 방식이 눈길을 끈다. 과거 무성영화 시대의 ‘코미디 제왕’ 버스트 키튼의 연기와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명사 ‘미스터 빈’ 시리즈에서 유머코드를 따왔다고 알려졌다. 비주얼로만 감정과 느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면서 “역시 아드만”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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